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추세
시대적인 트렌드(추세)는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 젊은 세대 사이에 한국영화 관람이 추세가 되면 영화산업이 뜬다. 명품이 아니면 사람 취급을 못해주는 일부 계층들 때문에 가짜 명품이 나도는 것 역시 추세라면 추세다.
성형수술 붐이 21세기 한국 여성의 추세라는 것까지는 이해하는데 남자 성형수술까지 법석을 부리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한국에 와 있는 프랑스의 대학교수는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1998년 IMF 직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풀 죽어 있을 때, 박세리의 LPGA우승은 국민들의 꺾인 기(氣)를 되살려 놓았다. 박세리를 계기로 팔도강산에 골프 붐이 분 것도 하나의 추세로 보여진다.
추세라는 것은 거역하기 힘든 막강한 힘이다. 토플러는 그의 저서 ‘권력이동’에서 21세기 권력의 추세를 이렇게 말했다.
“황제에게서 인민에게로, 서양에서 동양으로, 남자에게서 여자에게로.” 권력이 분산되리라는 그의 추세론은 맞아 떨어지고 있다.

지금도 펜으로 쓰는 딱한 퇴직기자
추세는 이렇게 개인의 의지나 힘, 지식으로 부인하거나 거역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만큼 강한 것이다. 그런데 추세보다 거역하기 더 힘든 것도 있다. 아니 거역해서는 안되는 것도 있다.
성형수술이 필요 없거나, 필요해도 안하면 그만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차를 운전할 사람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문제를 놓고 보면, 운전 면허 없이는 차를 100m라도 움직여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면 필수불가결하고, 좋으나 싫으나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면 확실히 추세보다는 강한 것이다. 21세기를 살며 참으로 거역하기 힘들고 부인하기는 더욱 어려운 것 하나를 들라면 당연히 컴퓨터를 들 수 있다.
“나이에 컴퓨터는 무슨…”하고 컴퓨터를 거부한채 지금도 고집스럽게 원고지에 글을 쓰고 있는 30여년 경력의 퇴직 기자가 있다. 그를 보고 있으면 의지가 굳다든가 초지일관이라는 생각보다는 딱하다는 생각만 든다.
컴퓨터에 관한 한 그 늙은 전직기자보다 더욱 딱한 사람들이 있다. 테이블에 비싼 컴퓨터는 있는데 사용할 줄 모르는 CEO가 더욱 딱하다. 이런 컴맹 CEO가 상상한 것보다 많으니 입이 벌어진다.

사장이 컴맹이면 회사는 돈맹
만약 CEO 가운데 진짜 컴맹이 있다면 그는 사장직을 임시 반납하고 컴퓨터에 빠져야 한다. 컴퓨터를 쓰는 것은 시대적 추세도 아니다. 이미 시대적 추세를 뛰어 넘었다.
젊은 사원 대부분이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그가 50대이건 60대이건(아니 40대라도 상관 없다) 아직 컴퓨터를 쓸 줄 모르는 사장님이라면 우선 남보기에 좋지 않다.
사원들은 절대로 그를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사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안 받고가 문제가 아니다. 자식들이 깔보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컴맹이라 해서 사장직을 수행하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흐름으로부터는 멀어져야 한다. 감각적으로 21세기를 살기엔 부적당한 인물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결과가 된다. 모든 것이 컴퓨터로 처리되는 세상에 지금도 비서에게 문서를 구술(口述)시키고 있는 CEO가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지만 실제 있으니 할 말이 없다.
CEO가 갖춰야 할 것 가운데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컴퓨터라고 누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기업을 경영하면서 컴맹이라는 것은 어디가서 말발이 먹히지 않는 일이다.
바빠서 컴퓨터를 못 배웠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룸살롱에 가서 술 마실 시간, 숨겨둔 여자와 비밀 연애 하는 시간이라도 줄이면 시간은 충분하다. CEO가 컴맹이면 회사는 돈맹(돈못버는 회사)이 될 것임을 잊지 말라.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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