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다 글로벌 경제 불안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소비심리도 급격히 위축됐다. 2월 소비심리는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수준까지 하락하며 8개월 만에 다시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소비심리, 석달 연속 하락세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로 전월(100)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메르스 여파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던 지난해 6월(98)과 같은 수준으로 8개월 만에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과거 장기평균치(2003~ 2015년)를 기준값 100으로 두고 지수가 100보다 크면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낙관적으로, 100 이하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심리는 지난해 6월 메르스의 여파로 98까지 떨어졌지만 정부의 추경편성과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대적인 부양책으로 7월부터 11월까지 꾸준히 개선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미국의 금리인상의 여파로 한풀 꺾인 소비심리는 석달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하락의 배경으로는 막대한 가계부채, 그리고 이미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해 선소비가 많이 이뤄졌다는 점 등이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207조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21조7000억원이나 급증했다. 또한 이번 심리조사에 따르면, 내구재(자동차·전자 등)에 대한 구매욕구가 2포인트 가량 떨어진 94를 기록했다.

여기에 연초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된데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국제유가 하락 등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은 크게 나빠졌다.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현재경기판단CSI는 65로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7월(63)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향후 경기전망CSI도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한 75를 기록하며 2009년3월(64) 이후 6년11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개소세 인하’ 약발 떨어져
가계의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항목 중 현재생활형편CSI와 생활형편전망CSI는 각각 90, 96으로 전월과 동일했다. 가계수입전망CSI와 소비지출전망CSI는 각각 98, 105로 전월대비 2포인트씩 하락했다.

가계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면 현재경기판단CSI와 향후경기전망CSI는 각각 65, 75로 전월대비 3포인트씩 감소했다. 취업기회전망CSI는 78로 전월대비 1포인트 상승한 반면 금리수준전망CSI는 102로 전월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현재가계저축CSI는 87로 전월대비 1포인트 감소했고 가계저축전망CSI는 93으로 전월과 같았다. 현재가계부채CSI와 가계부채전망CSI는 각각 103, 99로 전월대비 1포인트씩 낮아졌다.

물가수준전망CSI는 132로 전월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02로 전월과 동일했으며 임금수준전망CSI는 112로 전월보다 2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과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각각 2.4%, 2.5%로 전월 수준을 이어갔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는 공공요금(60.9%), 집세(46.1%), 공업제품(28.0%) 순으로 응답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등을 미리 많이 구입했다”며 “이로 인해 올해 들어 시행한 개소세 인하가 이전보다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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