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왕의 귀환’불 지피는 노키아

“노키아에게 아직 기회가 있을까?” 중국 광저우에서 발행되는 남방일보는 최근 이러한 제목의 기획기사를 실었다. 노키아의 모바일 사업이 세계시장에서 다시 통하겠냐는 분석이었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은 노키아의 점령지였다. 중국시장에서도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의 권좌를 계속 차지했다. 잘 알다시피 노키아를 단번에 몰락시킨 것은 2007년 무렵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피처폰의 원조라는 영광에 사로잡혔던 노키아 경영진은 스마트폰 열풍을 하나의 작은 트렌드로 치부했다.

결과는 뼈아팠다. 2013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의 모바일 사업을 인수했다. 노키아 휴대폰이라는 브랜드가 세상에서 사라지고야 말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인수 조건 중에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노키아는 모바일 사업이 인수된 이후 30개월은 같은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규정이었다. 이러한 조항은 올 3분기 이후에 종료된다.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으로 복귀한다는 얘기는 새삼스러운 뉴스가 아니다. 지난해 노키아 측은 자사의 브랜드만 라이선싱하고 제품 생산과 판매 그리고 마케팅 등은 모두 제조사가 맡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는 애플이 대만의 폭스콘 제조사와 절대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시스템과 유사할지 모른다.

공식적으로는 지난 2월 스페인 ‘MWC 2016’에서 라지브 수리(Rajeev Suri) 노키아 CEO가 연내 스마트폰 사업 재기를 천명했다. 모바일 사업을 완전 철수한 줄 알았던 노키아가 도전의 불씨를 점점 되살리는 상황이다.

브랜드 파워는 죽지 않아
노키아의 강점은 여전히 브랜드 파워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2년간 휴대폰 생산을 멈췄지만, 노키아 휴대폰에 대한 향수는 강렬하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북미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평균 96%의 사람들이 노키아 휴대폰의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노키아 브랜드의 인지도는 차후에 시장 진입에 있어 큰 자산이 되기에 틀림없다.

기술력도 여전히 유효하다. 노키아가 보유한 다수의 2G, 3G, 4G 특허기술은 노키아의 모바일 단말기 성능을 보다 안정화해줄 것이다. 특히 노키아는 통신과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쌓고 있다.

이 역시 휴대폰 시장 진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이미 중국 화웨이나 ZTE와 같은 기업들이 단말기와 네트워크 장비를 결합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노키아는 통신 및 네트워크 장비 사업으로 북미와 유럽의 통신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침체기에 빠져든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다. 지난해 4분기 전 세계에 팔린 스마트폰은 4억대로, 전년대비 9.7%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2008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가 꺾인 지표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폭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노키아의 컴백은 긍정과 부정적 여론이 상존하는 이슈다. 과거와 달리 천지가 개벽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가 왕자로 복귀하려면,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통신장비 시장의 절대강자
노키아가 다시 휴대폰 사업 진출을 언급할 수 있는 데에는 노키아만의 첨단 통신장비 기술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노키아는 차세대 통신망인 5G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등 70개 이상의 새로운 솔루션을 공개했다. 수리 CEO는 “IoT와 5G는 삶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며 IoT분야에만 3억5000만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휴대폰 사업을 매각한 노키아가 절치부심하며 매달린 분야가 바로 차세대 통신시장이었다.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시도했고 디지털 맵 서비스인 히어(HERE) 등을 매각하면서 투자금도 쌓았다. 지난 2년 사이 통신 관련 글로벌 기업도 하나둘씩 인수합병했다.

대표적인 게 프랑스 통신장비 업체인 알카텔-루슨트(Alcatel-Lucent)를 인수한 것이다. 이 회사는 수만개의 특허를 보유한 벨 연구소(Bell Labs)를 산하에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노키아는 통신장비 세계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다.

향후 노키아의 스마트폰이 기대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MS에 모바일 사업부를 매각할 때 노키아는 핵심 통신 특허와 센서 부문을 팔지 않았다. 모바일에 필요한 통신 소프트웨어를 노키아 테크놀로지스 부서가 갖고 있다는 뜻이다. 적절한 제조 파트너만 만나면 스마트폰 라이선싱 사업은 언제든 가능하다. 노키아가 잃어버린 지난 10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