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 반반철학

요즘 서점가에는 ‘버리기’ ‘느리게 살기’에 대한 책들이 매대를 점령하고 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 이후 ‘소유’보다는 ‘삶’에 무게를 둔 사상이 움텄으나 요즘처럼 이런 부류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다.

<반반철학>(움직이는서재, 2016년 4월)은 ‘버리기’ ‘느리게 살기’현상을 관통하는 아주 명쾌하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중용(中庸)이라는 동양 고전을 텍스트로 삼아 현대인의 삶이 나아갈 길을 나름 제시하고 있다. 읽다보면 구절구절 마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탁견들이 많이 들어 있다.

<반반철학>은 ‘왜 최선은 언제나 100%여야 하나?’를 물으면서 시작한다. 인생의 무게에서 50%를 덜어내도 사람을 잘 살 수 있고, 오히려 몸과 마음이 가볍고 삶이 명쾌해 질 수 있다.

오래 사랑하고 싶다면 절반만 사랑하고, 50%만 영리하고 50%은 우직하게 살라고 가르친다. 인생에 있어서 많이 얻는 것보다 적게 잃는 것이 낫다. 이 불완전한 세상에서 100% 완벽한 인생은 존재할 수 없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보면 많은 것이 하늘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100%의 결과를 얻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고 해서 100%의 결과를 얻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하늘은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기 전에, 마음을 괴롭게 하고 몸을 힘들게 하며 배를 곯게 하고 모든 일을 어지럽게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마음의 근육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버틸 수 있게 해주고 그리하여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일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인생의 절반은 버티는 시간이다

말하자면 ‘절반의 지혜’ ‘반반철학’이 삶의 균형과 평상심을 가져다준다. 러시아 철학자 체르니셰프스키는 “태양조차도 흑점이 있는데 인간의 인생에 결함이 없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구 반쪽이 달빛을 받을 때 나머지 반쪽은 어둠에 가려져 있다. 해바라기의 반에 태양이 비칠 때 나머지 반에는 늘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 세상은 불완전한 것이기에 무엇이든 온전히 ‘하나’이거나 항상 ‘100’인 것은 없다.

<반반철학>은 인생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데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고 가르친다. 하나는 안목이고, 또 하나는 실행이다. 두가지 중 무엇이 앞에 있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안목이라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안목이 있더라도 실행이 없다면 백일몽을 꾸는 것과 같다.

또한 실행 없이 안목만 높을 경우 ‘인격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인격분열인 사람이 수없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원대한 포부와 참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만 있을 뿐 실제로 행동에 옮기진 않는다. 그럴듯하거나 멋져 보이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확실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의 언행은 대부분 일치하지 않는다.

어쩌면 인생은 필요 없는 것을 골라서 버리는 과정인지 모른다.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것과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과정이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 공부다. 내게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가장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살 수 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일세를 풍미했듯이 ‘반반철학’이 우리 시대를 움직이는 새로운 코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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