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人]원민재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장

▲ 원민재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장과 팀원들이 파이팅을 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 2013년 인천국제공항. 벨라루스 국적의 외국인 A씨가 출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려던 찰나, 경찰들이 A씨를 덮친다. 주문형 반도체를 제조하는 국내 중소기업 B사에서 일하던 A씨의 노트북에는 B사의 핵심 영업비밀들이 저장돼 있었다.

A씨를 검거한 이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 소속 경찰들이었다. 갑작스런 A씨의 퇴직을 수상히 여긴 B사 부사장이 수사팀에 신고했고, 수사팀의 빠른 대응으로 B사는 가까스로 영업비밀을 지킬 수 있었다.

이처럼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산업기술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적발한 기술 유출 사건은 98건으로 2010년(40건)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홍제동에 소재한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 사무실에 들어서니 원민재(사진) 팀장을 비롯한 수사요원들이 저마다 각종 전자기기들을 바쁘게 다루고 있다. 조금 전 기술유출 혐의가 있는 기업을 압수수색하고 하드디스크와 스마트폰 등에서 자료를 복구하고 있는 중이란다.

“기술유출 사건은 빠른 압수수색 여부가 관건입니다. 기술유출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고소장을 작성한다든지 내용증명을 보낸들 입증자료를 순순히 내줄 피의자는 없습니다. 여기서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피해사실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기술유출 피해를 당하고도 제대로된 대처방법을 몰라 고스란히 당하는 기업들을 보면 안타깝죠.”

지난 2010년 창설된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는 기술유출 사건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다. IT기술, 법률, 특허 등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기술유출 사건을 해결한다. 수사팀 창설 멤버인 원민재 팀장 역시 10년 넘게 기술유출 사건만 다뤄온 베테랑이다. 오랜 시간 기술유출 사건을 담당하면서 실패 사례도 더러 있을 법 하지만, 단 한번도 수사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한다.

“압수수색까지만 들어가면 사건의 절반정도는 이미 해결했다고 보면 됩니다. 피의자가 증거자료를 없애고 숨겨놔도 결국은 입증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수사를 한창 진행하는 도중 피해자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약간의 보상을 받고 피의자와 합의를 해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피해자의 경제적인 타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팀 입장에서는 허탈해지는 것도 사실이죠.”

중소기업들은 기술유출 피해가 발생해도 원청업체 등 거래기업과의 관계가 끊길까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원 팀장은 이 점에 있어 수사팀에 신고를 하러 온다기 보다는 상담하는 마음으로 찾아와 달라고 당부한다.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 기업이 원한다면 굳이 수사를 하지 않더라도 법률상담부터 수사팀이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해드리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법정다툼을 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판단 될 때는 합의 등 다른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죠.”

경찰청에 따르면 내부자에 의한 기술유출 사건이 대부분이다. 원 팀장은 내부자에 대한 비밀관리에 있어 소홀한 중소기업이 많다고 지적한다. 실제 기술유출 관련 수사에서 주로 적용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비밀관리성’ 등 세가지 요건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유출 사건을 살펴보면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을 충족하지만, 비밀관리 부분에서 미흡해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유출 사건은 한번만 발생해도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기에 이 부분에 있어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꼭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외부유출 경고문구 비치, 보안서약서 작성 등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수사팀은 향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비중을 늘리고 홍보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사회에 유용한 신기술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부터 창출된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봐왔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려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보호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중소기업들이 마음놓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수사대의 설립 목적이자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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