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거침없는 경영행보... 잘나가는 태양광에 면세권 획득

매년 가을이 되면, 어느 하루 저녁은 여의도 일대가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사람들과 자동차로 완전 마비가 된다. 여의도 63빌딩을 중심으로,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일순간 주차장을 방불케 만들고, 주변 여의나루역과 여의도역은 수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전철이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간다. 하늘은 짙은 화약냄새로 채워지고, 번쩍번쩍 거리는 폭발음은 멀리 북한산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고, 웅장하다. 이쯤되면, 무슨 일인가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다. 바로 한화그룹이 주최하는 여의도 세계불꽃축제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매년 한화가 세계불꽃축제를 열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마도 그렇게 많지도 않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개최하거나, 아니면 외국기업들이 자신의 불꽃 기술력을 과시하는 쯤으로 알 것인데, 실상 한화가 10년 넘게 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대기업이 무슨 이유로 불꽃놀이와 같은 놀이동산 이벤트에 집착하는가 하고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불꽃축제는 볼거리 이상의 무언가를 이야기해준다. 바로 화학 기술력이다. 하늘 위로 화려한 불꽃을 수놓는 기술은 화학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더 확대하자면 국방력과 연결된다고 한다.

하늘 높이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자신이 설계한 모양으로 불꽃을 그리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으며, 이는 과학적인 복잡한 계산과 화학 반응을 적절하게 믹스하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래서 세계불꽃축제에는 세계 각국이 참가해 자국의 화학 기술과 국방력을 자랑하는 즐겁고도 심오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방산 10위에 도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글로벌 방산 10위 기업 도약’에 힘을 쏟고 있다. 한화가 국방력에 필요한 각종 무기를 생산하는 방산(방위산업)기업이었는지 혹자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한화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춘 방산 전문기업이다.

특히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삼성그룹의 방산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손에 넣으며 승승장구 중인데 최근에는 두산그룹의 방산 계열사인 두산DST까지 인수하면서 확실한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방산업계는 한화그룹이 선도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과 LIG넥스원이 추격하는 3강 체제라고 한다. 그래서 한화는 국내기업과의 경쟁에 몰두하기보다는 해외의 글로벌 방산기업과 한판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두산DST를 인수한 한화의 방산기업 매출규모만 따지면 글로벌 방산기업 순위 20위권이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53위였는데 두산DST를 손에 넣으며 30계단 이상 점프했다는 것이다. 두산DST는 지난 2014년에 매출로 6156억원을 벌어들였다.

한화는 당장 올해 방산 사업 매출 4조원을 목표로 하는데, 계열사별로 매출 비중을 보면 한화그룹이 애초에 했던 방산부문에서 1조1000억원, 한화테크윈이 1조4000억원, 한화탈레스가 9000억원, 두산DST가 8000억원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 위용만 살펴봐도 한화그룹은 세계시장에 나가서 싸우더라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한화는 무슨 무기를 만들고 있을까. 한화그룹은 탄약과 정밀유도무기를 전담하고 있다. 탄약 부문만 봐도 왜 한화가 여의도 세계불꽃축제를 개최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또한, 한화테크윈에서는 K9 자주포와 항공기 엔진을 만들고 있으며, 한화탈레스는 레이더와 전투 체계를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두산DST는 K21 장갑차를 비롯해 대공무기, 미사일 발사체, 항법장치까지 제작한다.

김승연 회장의 뚝심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무기 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했을 것인데,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지난해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를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방산사업 부문은 선대 회장님과 제가 취임 당시부터 열정을 쏟던 사업”이라며 “남다른 사명감으로 회사를 일류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한화는 최근 3개 방산기업 인수자금에만 총 3조원 가량을 투자할 정도로 맹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는 상당히 큰 편이라고 한다. 세계 10위권 글로벌 방산기업이 되려면 매출만 10조원이 넘어야 하는데, 올해 4조원을 계획한 한화와는 두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그렇지만, 한화가 ‘글로벌 10’에 입성할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바로 김승연 회장의 적극적인 지지와 투자가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화그룹의 뿌리가 방산에 두고 있다는 점도 다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 1952년 한국화약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한화그룹에 있어 방산은 그룹의 모태였던 것이다.

그룹의 규모도 껑충 성장해
현재 한화가 방산 사업에 올인하는 듯 보이지만, 이밖에도 한화는 화학과 태양광 등 지속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큰 투자를 이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한화의 태양광 사업인데, 한화큐셀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만큼 성장했고, 지난해 매출만 17억9000만달러, 우리돈 2조9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만도 89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한화의 대표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은 국내 업계 1위인데, 매출만 19조원에 달한다. 그래서 전담기업인 한화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302억원을 기록했고, 한화토탈은 7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 집단 순위에서도 한화는 전체 11위에 랭킹됐는데, 이는 한전과 같은 공공기관을 뺀 순수 민간기업 순위로 8위이며, 삼성그룹이나 LG그룹처럼 오너기업들간의 순위에서는 7위까지 올라간다. 한화그룹의 약진을 볼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자산 규모도 갈수록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작년 보다 16조7000억원이나 늘어난 54조7000억원을 넘어섰는데, 자산규모 증가폭 면에서 현대차그룹(15조6000억원)보다 앞서는 이색적인 기록도 달성했다.
한화그룹의 이러한 확장세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 되는데, 하반기에는 한화탈레스의 지분 50%를 추가로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증권가에서 들린다.

이쯤 되면, 김승연 회장의 경영행보가 참으로 거칠 게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해 초 경영에 복귀하면서 이러한 성과를 낸 것이다. 한화는 방산, 태양광, 금융, 석유화학, 유통을 5대 핵심 사업구도로 보고 있는데, 유통은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새롭게 진출한 분야이기도 하다.

3세 경영은 어떻게 재편했나
한화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과 사업체계를 충실히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리고 이쯤되면, 김승연 회장에 이어 3세대 경영을 어떻게 할지도 궁금해진다. 김 회장에게 3명의 아들이 있는데,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이 바로 그들이다. 김 회장은 한화의 신사업에는 아들들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 같은 데에 전념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오너 대기업들도 마찬가지지만, 원래 신사업은 차세대 경영인이 맡아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만들어야 경영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태양광 사업을 맡고 있다. 앞서 밝혔듯이, 한화큐셀은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했고 현재 흑자전환에 성공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 전무는 최근 1년여까지만 해도 상무 직함을 달고 있었는데, 태양광 사업이 잘되면서 지난해 전무로 전격 승진했다. 앞으로 한화큐셀이 생산할 계약물량도 많이 확보한 상황이라, 김 전무의 입지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요즘 금융계의 신사업 분야인 핀테크 사업에 전념 중이다. 최근 한화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는데, 이 모든 게 김 상무의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과도 합작법인을 만들고 세계시장에서도 핀테크 사업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셋째인 김동선 씨는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이다. 그가 맡고 있는 건설사업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서는 오는 6월 오픈하는 갤러리아면세점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다.
김 팀장은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추가공사 계약식과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건설 업무협약 등에 참여했다. 또 면세점사업 태스크포스(TF)팀에 참여해 6월로 다가온 갤러리아면세점의 그랜드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광폭 행보와 세아들들의 실적 향상. 지금 한화그룹은 그 어느 때보다 호시절을 맡고 있는 분위기임에 틀림이 없다. 한화는 강력한 기업들로 이뤄진 10대 재벌기업에서도 확실히 잘 나가고 있는 다크호스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