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무너지는 소리 안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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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무너지는 소리 안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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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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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서울 도심에서 난무했다. 대선자금 수사로 온 나라가 어지럽다. 경제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어도 경제 살리겠다는 의지와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중소제조업의 기반이 붕괴되는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 정치, 경제의 어두운 단면들이다.
중소기업 평균가동률은 6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공장 3개 가운데 하나는 멈춰 있다는 얘기다. 과거 중소기업 육성은 그 성과가 어떠했든 순위가 앞서는 정부정책 목표였다. 이제는 이런 구호조차 없다. 청년실업자 때문에 나라의 장래가 어두운데 고용창출의 원천인 중소기업을 부추기려는 정책은 실종됐다. 경제를 살리려는 의지와 노력이 보이지 않는 터에 중소기업 살리자는 이야기가 끼어 들 틈이 없는 것이다. 이제 총선이 다가온다. 경제 챙길 여유가 더욱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어떤 문제로 바쁜가 한번 보라. 노동계의 극한 투쟁에다 기업은 정치권에 돈주고 뺨 맞는 꼴이 돼있다. 기업은 내년도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이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반(反)기업정서가 팽배해지고 있다. 올 들어 일어난 사건들을 대충 훑어보자.

中企 살리자는 말 한마디 없어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으로 연명한 은행의 매각을 반대한 조흥은행 노조의 집단행동.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고속도로 시위. 화물연대 파업.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을 저지하려는 전교조의 집단행동. 경부고속전철 공사의 중단과 재개.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단. 위도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싸고 전개된 정책혼선과 주민들의 반발.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정치권의 이전투구. 지난 11월 9일 밤 서울 도심을 불바다로 만든 민노총의 화염병시위 등등은 올해 우리가 겪었던 사건들이다. 이것만을 놓고 봐도 경제가 왜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지, 중소기업이 왜 붕괴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수 있다.
축대가 무너져 내리는데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자금난, 기술축적과 정보화 등을 도와줄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전국 중소기업최고경영자(CEO)의 37%는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기업하기가 싫다고 했고, 또 65%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3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답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투자의욕 샘솟는 정책마련을
일자리의 해외유출은 심각하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다. 정부의 원칙 없고 일관성 없는 정책, 강성노조의 분규, 고임금, 까다로운 규제 등등 한마디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다. 노사가 잘 화합해 일치단결하고 있는 회사도 많은 시설을 중국으로 옮길 계획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근로자의 생산성은 별로 높지 않은 가운데 임금만 올라 기업의 경쟁력은 이미 악화돼 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성장엔진은 이미 멈춰 섰다는 이야기다. 이러면서도 소득 2만 달러시대를 말한다. 그 말은 허공의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시중에는 돈이 넘쳐 부동산으로 몰려다닌다. 강남 집 값 잡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집 값 잡는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투자에 매달려야한다. 대기업은 확신이 서지 않아 투자를 꺼리고 있다.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돈이 없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북돋우고 넘쳐나는 돈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기업하려는 마음이 우러나도록 정책방향을 분명히 제시해야한다. 이것도 저것도 안 하거나 못하고 걱정만 하고 있으면 문제가 풀리는가. 이대로 가면 우리에게는 일자리도 없고 미래도 없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듣고만 있을 것인가. 기업인에게 중요한 것은 정부가 경제를 확실히 챙긴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일이다.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yood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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