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국적 해운사가 고사 직전이다. 한때 우리 경제를 대표하던 해운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단도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하면서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기업마다 5조원에 이르는 부채도 부채지만, 눈덩이처럼 쌓여가는 영업적자는 더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용선료(선박 임대료)에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전체 선박 중 60% 이상을 임대해 쓰고 있다. 그런데 두 해운사가 내는 용선료가 매우 비싸다. 시세보다 최대 10배에 이른다. 속칭 ‘상투’를 쥐었기 때문이다.

두 해운사가 용선 계약을 맺을 2006년 당시 해운업계는 최대 호황기였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해운사들은 더 많은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기도 했다. 두 해운사도 그랬다. 하지만 패착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줄며, 부메랑을 맞았다.

장사가 안 돼도 배 사용료는 꼬박꼬박 내야 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 5조7000억원 가운데 30%가 넘는 1조8700억원을 용선료로 지급했다. 한진해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조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아무리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두 해운사가 경영을 정상화 하기 어렵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배수의 진을 쳤다. 용선료 인하에 실패하면, 지원을 끊기로 했다. 이 경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즉 ‘망하게 생겼으니 너희도 양보하라’고 선주들을 압박하는 카드다.

용선료 협상과 함께 해운사들은 또다른 파도를 넘어야 한다. 해운동맹 문제다. 해운업은 동맹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해운사마다 영업은 따로 하지만 선박은 함께 나눠 쓴다. 한진해운이 미국으로 선박을 보낸다고 하면, 같은 동맹 소속 다른 해운사들이 함께 짐을 싣는 방식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매출의 절반 가량을 해운동맹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4개 해운동맹이 있는데, 최근 기존 동맹이 깨지고 새로운 짝짓기가 진행되고 있다. 해운 동맹에서 소외되면 자율협약을 체결해도 별 의미가 없다. 해운동맹에 들어가기 위해선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모순이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가 정상화된다’는 신뢰감을 줘야 한다. 이번 풍랑을 헤치더라도 다시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치킨 게임을 버텨야 한다. 한때 주력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비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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