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의 소녀시대

명문대학을 나온 30대 후반 직장 여성 린전신은 밤샘 근무를 마다않지만, 야근 수당도 성과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후배들로부터 “저 선배는 노예야.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는 수군거림을 듣게 된 린전신은 자신이 원했던 삶이 무엇이었나, 꿈 많았던 여고시절을 회고하게 된다.

공부도 외모도 평균 이하라고 스스로 내레이션하는 린전신(송운화). 하필 옆집에는 예쁘고 공부 잘하는 타오민민(간정예)이 살고 있어 아침마다 남학생들이 진을 친다.

그렇다고 기죽을 린전신이 아니다. 배우 유덕화에 대한 숭배는 여느 친구들 못지않고, 모든 여학생이 흠모하는 잘 생기고 공부 잘하는 학생회장 오우양(이옥새)  짝사랑 대열에도 빠지지 않는다.

어느날 행운의 편지를 빙자한 저주의 편지를 받고 놀란 린전신은 미운 선생님과 타오민민, 그리고 오우양을 괴롭히는 깡패 선도부장 쉬타이위(왕대륙)에게 저주의 편지를 보낸다. 쉬타이위는 자신에게 저주의 편지를 보낸 이가 린전신이란 사실을 알아내고는, 각종 심부름과 숙제 등으로 린전신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만남이 잦아지다보니 두사람은 각기 오우양과 타오민민을 짝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친하게 지내는 오우양과 타오민민을 갈라놓아, 서로의 짝사랑이 이뤄지도록 돕기로 한다. 덤벙이 린전신과 사고뭉치 쉬타이위의 합동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대만의 여성 감독 프랭키 첸의 감독 데뷔작 <나의 소녀시대>는 국내 추억 여행 영화와 드라마들, 즉 <응답하라 시리즈> <써니> <말죽거리 잔혹사> <건축학개론> 등을 두루 연상시키며 향수에 젖게 하는 대만판 하이틴 로맨스다.

소니 카세트 라디오가 등장하며 회상 장면으로 접어들 때, 대만의 인기 가수 겸 배우인 소유붕의 대만 국립대학교 자퇴 뉴스가 흐르니, 1994년으로의 시간 여행임을 알 수 있다.

<나의 소녀시대>에는 대만인의 추억거리 음악이나 연예인 이야기만큼이나, 우리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당시 유행이 많이 등장한다. 조명이 명멸하는 롤러 스케이트장에서의 데이트, 카세트테이프에 자신의 심정을 녹음해 고백하기, 삐삐, 유덕화 브로마이드, 개교기념일 행사, 행운의 편지 보내기, 시험날 “어제 공부 하나도 안했어”라고 거짓말하기, 캠핑장에서 빈병을 돌려가며 진실말하기 게임하기 등.

<나의 소녀시대>는 2015년 여름 대만에서 개봉해 4억8000만타이완달러(약 172억원)를 거둬들이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의 기록(4억2000만타이완달러)을 깨뜨렸다. 홍콩과 중국에서도 개봉해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대만영화가 됐다.

상영시간이 무려 134분에 이르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첫사랑에만 함몰되지 않고, 서로 격려하고 반성하며 성장해가는 건강한 고등학생들을 보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의 불의에 재치 있게 맞서고 연대하는 모습, 여자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 등 젊다는 것이 곧 순수라는 믿음을 전한다.

추억을 추억으로만 가두지 않고, 그 안에 기성세대를 일깨우는 교훈을 담으려한 노력이 <나의 소녀시대>를 나의 청춘영화로 기억하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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