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추기론 中 기업에 필패 불보듯…고급브랜드로 전환 강수

LG전자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가 요즘 부쩍 올라가는 분위기다. 이번 칼럼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TV와 냉장고와 세탁기 이야기다.

최근 광고를 통해 접해 본 독자가 많을 텐데, LG전자가 요즘 600만원대 OLED TV나 500만원대 냉장고를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가전제품 가격이 뭐 그렇게 비싸나?” 라는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고, “그렇게 비싸서 사는 사람이 있겠나?”하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그런데 이러한 제품들이 LG전자에 두배 넘는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가볍게 볼 일이 아닌 것이다.

LG전자의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부는 지난 1분기 9.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전통 가전제품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거의 10%에 가까운 이익을 봤다는 의미다.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부도 남는 장사를 했다. 이 사업부의 핵심 제품은 TV다. HE사업부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7.7%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1, 2분기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긍정적인 변화인 것이다.

가전제품에서 10%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중국 브랜드들이 세계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무기로 적극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 시장상황 때문이다. 메이디와 하이얼과 같은 중국기업들은 넓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서 여러 경쟁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세계시장에서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이얼은 지난 1월 GE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가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LG전자나 삼성전자와 같은 가전제품 분야에서 잘 달리는 기업들은 언제나 이들 중국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LG전자와 같이 수백, 수천억원의 연구개발비용을 들이고 제대로 잘 만들었다면 제값을 받아야 하는데,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것도 참 녹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고급브랜드로의 전환’이라는 강수
그렇다 보니까, LG전자도 장기적으로 가전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 내지는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가전제품의 프리미엄 전환이다. 비싸도 잘 팔릴 수 있게 가전제품을 제대로 고급화시키는 전략이다. 앞서 밝혔듯이 LG전자의 고급 가전제품의 브랜드로 올초부터 ‘LG시그니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LG스튜디오’ 등에 대한 광고와 마케팅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겸 H&A 사업본부장이다. 조 사장은 세계경기도 좋지 않고, 가전시장도 저성장 늪에 빠진 상황에서 저가형 공략보다 아예 고가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가격을 낮추는 경쟁으로는 더 이상 중국기업들과 상대가 안 된다는 계산인데, 이는 시장에서 외형을 늘려나가는 것보다는 수익을 최우선 하겠다는 과감한 선택이다.

현재 LG전자는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를 북미와 유럽 등을 타겟으로 삼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소비여력이 높은 두 대륙의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승패를 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 사장은 연초에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시그니처’를 론칭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비자를 편하게 해 주는 제품이라면 비싸도 팔린다는 것을 보고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빌트인을 비롯해 프리미엄 전략으로 실적을 늘리겠습니다.”

LG의 프리미엄 제품 중에 가장 히트를 치고 있는 제품이 드럼세탁기인 ‘트윈워시’다.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1분기에 1위를 기록한 것인데,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매출액 기준 26.4%를 점유했고, 2위와의 격차를 5% 이상 벌렸다고 한다. 특히 1000달러가 넘는 프리미엄 제품 군에서는 점유율 34.2%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으며, 2위 업체보다 15%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고 한다.

트윈워시와 같은 효자 품목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LG전자의 올레드 TV도 인기다. 그리고 스테인리스와 유리 소재를 비롯해 LED 조명 등을 적용한 양문형 냉장고와 오븐레인지, 가스 쿡탑 등도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폰처럼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는 1분기 영업이익만 4080억원을 기록했는데 작년 동기대비 78%나 급증한 결과물이다. 프리미엄 제품들이 얼마나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경기불황…소비 트렌드가 바뀐다
세계 가전시장의 선두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LG전자가 새로운 길(프리미엄)로 기수를 전환한 데는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1등 기업은 자신의 장기인 시장에서 자꾸 점유율을 높이는 일에 매진하지, 새로운 시장에서 승부를 저렇게 내는 법이 적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요즘 중국을 비롯해, 남미, 동남아, 인도 등 가전수요가 줄곧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경기불황탓이 가장 큰 요인이고, 더 이상 기존의 제품을 내다팔 시장 자체가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성장하는 가전시장도 있다. 북미와 유럽 등의 구매력은 여전하다. 특히 가전제품은 일상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아이템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구매를 오래 망설일 이유가 적다. 또한 이왕 집에다 두고 쓰는 가전제품이라면, 남들과 비슷한 디자인과 기능의 제품보다 자신을 돋보일 프리미엄 제품에 지갑을 여는 일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잘 감지한 것이 바로 LG전자다. 스마트폰 사업과는 달리 이러한 능동적인 변화와 혁신 그리고 민첩한 대응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이제 가전사업에서 몇대를 팔았는지 카운트하는 일보다 LG전자의 가전부문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에 더 관심을 쏟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프리미엄 전략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제품의 생명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프리미엄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마진도 훨씬 많이 남는다.

제품이 아니라 작품을 만든다
이제 LG전자는 가전 제품의 시대를 넘어 가전 작품의 시대로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존보다 수백만원을 더 주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사려면 경쟁기업과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건 장인이 공을 들여 제작하는 한개의 작품과 같은 것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만들기 위해 덴마크의 산업디자이너인 톨스텐 벨루어를 마스터디자이너로 영입해 LG시그니처의 전 라인업을 기획했다. 그는 iF 디자인 어워드, 굿 디자인 어워드 등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을 받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인데, 대표적으로 고급 가전 뱅앤올룹슨 제품을 디자인해 명성을 알린 사람이다. LG전자는 또 LG스튜디오의 신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미국의 유명 실내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네이트 버커스를 영입해 차별화했다. LG전자가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디자인 경영이 LG전자의 경영철학과 같은 거라면, 실제 그 밑에서 손발이 돼 제품으로 실현하는 인물은 조성진 H&A 사장이라고 할 수 일을 것이다. 그는 업계에도 잘 알려진 세탁기의 기술장인이다. LG전자의 통돌이 세탁기도 그의 대표작이다. 조 사장은 어떤 신제품이 나오든 손수 완전 분해를 해서 제품의 설계부터 다시 따져봤다고 하는데, 에어컨으로 업무 영역이 커졌을 때도 분해부터 시작했다.

어느 집이든 세탁기나 냉장고는 한대씩 다 있을 것이다. 그건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이나 큰 차이가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차별화다.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와 디자인과 기능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걸 바로 LG전자가 실현하고 있다. LG전자가 이렇게 선두에 서서 세계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게 새삼 반갑기도 하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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