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에 놓였던 현대상선이 기사회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암초처럼 도사리던 채무조정, 용선료 인하, 해운동맹 가입 문제 모두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상선은 최근 회사채 재조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사채 8043억원 중 50% 이상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남은 채무는 연1% 이자로 각 만기일에서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하는 내용이다.

채무조정안이 손쉽게 통과된 건 용선료 협상이 긍정적으로 전개되는 덕이다. 현대상선은 22개 해외 선주들과 피 말리는 협상을 벌여 왔다. 그 결과 사실상 타결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용선료는 20% 안팎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목표였던 28% 수준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사채권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수치다. 용선료가 20% 인하되면, 현대상선은 연간 2000억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용선료 협상이나 회사채 재조정에 실패하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채권 회수율은 2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정상화되고 주가가 오르면, 사채권자들은 최대 100% 넘게 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용선주 역시 용선료 재협상이 손해를 줄이는 대안이다. 현대상선, 채권단, 사채권자, 용선주 모두 한배에 타고 있는 이상, 섣불리 배를 침몰시키긴 어렵다.

마지막 고비는 글로벌 해운동맹에 합류하는 일이다. 해운동맹은 생존과 직결된다. 해운업은 다른 해운사와 공동으로 물류망을 구축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해운동맹에서 소외되면 꾸준한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현대상선은 현재 G6라는 해운동맹에 가입돼 있다. 그렇지만 G6는 내년 3월말 해체된다. 업계는 새로운 3개 동맹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 G6 동맹이던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MOL, 일본 NYK 등은 내년 출범되는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로 갈아탔다.

현대상선은 합류를 거부 당했다. 불안한 재무상황이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최근 디 얼라이언스 핵심사들이 현대상선 가입을 지지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동맹에 가입하려면 소속사 6곳 모두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대상선을 바라보는 한진해운은 심정이 복잡하다. 유동성 확보, 용선료 협상 모두 현대상선에 뒤지고 있다. 현대상선이 정상화될 경우, 양대 선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정부가 두 선사를 각각 지원하는 것보다 경쟁력 있는 업체 한곳을 집중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현대로선 현대상선이 유리하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물동량 기준 세계 5위 컨테이너 선사가 탄생한다. 진통 끝에 새 역사가 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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