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우리의 유전적 유산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우리는 ‘나의 유전적 유산은 부모님이 나를 가지는 순간에 완전히 고정이 돼버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운명은 빼도 박도 못하게 결정돼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당신이나 나의 운명은 거의 결정돼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김영사, 2015년 9월)는 ‘유전자는 주어진 운명이 아니다’라는 놀라운 메시지를 던진다. 저자 샤론 모알렘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견으로 수많은 상을 수상한 과학자이자 의사면서 ‘알츠하이머 저널’의 부편집장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발전하고 있는 ‘후성유전학’이론을 바탕으로 놀라운 유전자의 세계를 열어젖혀 보여주고 있다. 최신 후성유전학 연구는 DNA의 염기 서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을 발견함으로써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관한 이해에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후성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유전체는 마지막 염기서열까지 고정돼 있지 않고 한 생명 객체가 탄생한 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마치 수천수만개의 전구 스위치처럼, 당신의 DNA도 어떤 것들이 꺼지는 사이 어떤 것들은 켜지고 있다. 이 꺼짐과 켜짐은 모두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반응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당신이 어떻게 살아가느냐,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DNA의 성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 그룹의 연구자들은 일란성 쌍둥이들을 다섯살 때부터 연구했다. 연구진은 쌍둥이가 열두살이 됐을 때, 쌍둥이 중 집단 따돌림을 당한 아이가 다섯살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놀랄 만한 후성유전학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을 발견했다.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에 따르면 당신의 DNA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경험은 유전자에 흔적을 남긴다. 당신이 먹고, 마시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유전자의 운명에 변화를 몰고 온다. 할아버지의 식습관이 손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산모의 영양 상태가 태아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면? 놀랍지 않은가!

이것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기발한 공상과학작가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신이 어디에 사느냐, 어떤 스트레스와 맞닥뜨리느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당신의 DNA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유전적 유산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이 암이나 알츠하이머일 수 있다. 하지만 후성유전학은 그것이 완전히 극복하지 못할 운명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유전병 환자들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에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고,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우리 중 누구라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치명적인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다.

당신은 유전자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유전적 운명을 결정해애 한다. “나의 유전자 타입에 가장 잘 맞는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가지 만큼은 확실하다. 바로 지금 후성유전학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슈퍼 히어로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유전자에 달렸다기보다, 하루하루 스스로 슈퍼히어로가 되기로 선택하는 데 달렸다.”

-  글 이채윤·삽화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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