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 한 중소도시의 유흥업소 밀집지역. 불법체류 외국인의 합동단속이 실시된지 3일째인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의정부 출장소 소속 단속팀 10여명은 미군을 상대로 한 유흥가 밀집지역인 이곳을 단속대상 1순위로 정했다.
취재팀이 도착한 현장에는 필리핀 출신 샌디(24·여)씨가 호송차량에 탑승해 있었고 러시아 여성 4명과 단속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단속지원에 나선 경찰의 한 관계자는 “미군 남편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합법적인 증명서가 없어 단속했다”며 “이런 방식으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필리핀, 러시아 여성이 상당수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상인회 관계자는 호송 차에 타고 있던 샌디씨를 지칭하며 “자신이 데리고 있던 종업원으로 2년 전 도주했다”고 밝힌 뒤 “미군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이 지역에만 1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윤락에 관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연예흥행 비자인 E-6로 입국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나 정식으로 허가된 업소에서는 매춘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더 벌기 위해 불법업소로 이탈해 공공연히 매춘을 일삼는다는 설명이다.
신분확인 중인 러시아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4명중 2명은 미군과 법적으로 결혼상태에 있고 미국대사관에서 발급한 신분증을 지녀 단속대상에서 제외됐다.
단속팀의 계속되는 신분증 제시 요구에 나머지 2명의 러시아 여성은 완강한 저항을 계속했다. 자신들은 미군과 결혼한 상태로 신분증을 남편이 갖고 있다는 게 그 이유.
10여분의 실랑이 끝에 엘레나(29·여)씨는 사실관계 입증 자료가 없어 결국 호송됐다.
단속팀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계약 결혼일 가능성이 높다”며 “윤락행위는 현장을 검거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사실상 입증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호송차 주위를 맴돌며 샌디씨와 말을 주고받던 한 필리핀 여성은 자신이 사촌이라며 “2000년 3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 한국을 오게 됐다”고 밝혔다.
신원 밝히기를 거부한 이 여성은 자진신고기간에 신고를 마쳐 체류상에는 문제가 없지만 더 이상의 질문에는 대답을 미룬 채 발걸음을 돌렸다.
단속과정을 지켜본 A사장(41·여)은 “주요 고객들이 단속대상이 되고 있지만 법질서 확립차원에서 강력한 단속이 이어져야 한다”며 “서울조선족교회 등에서 농성중인 중국동포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단속팀을 책임지고 있는 윤인중 조사과장은 “상당수의 불법체류자들이 이미 잠적해버려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며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 않는 등 애로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밝혔다.
윤 과장은 또 “불법체류자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 업소 한군데만 단속을 시작해도 지역 전체가 소개된다”며 “새벽 6시에 출근해 저녁 12시를 넘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의정부 출장소 한 관계자는 중소제조업 단속제외 방침에 대해 “산업연수생을 합법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제조업체의 항의를 많이 받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동부에서 발급하는 취업확인서만 받으면 인원 제한 없이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할 수 있어 50명이 넘는 업체도 상당수 있다”며 “산업연수생의 최대 배정인원은 30명에 불과해 심각한 인력난 속에 법을 준수하는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세업체들이 많은 지역특성상 과징금 부과만으로도 문 닫을 회사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합법적인 외국인력 공급을 통해 노동시장의 갭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으로 산업연수생 조기도입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설명
불법체류 단속의 두얼굴
한편에서는 불법체류자 단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사진 위·19일 동두천), 다른 한편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강제추방 반대집회가 열려(사진 아래·18일 명동성당) 대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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