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고통분담을 강조했다. 지난 16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위원장 초청 CEO 조찬간담회’에서다. 그는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려 하는 기업은 결코 회생할 수 없다”며 “구조조정은 기업의 손실분담 아래 자구노력으로 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누구라고 특정 짓지는 않았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어려움을 겪는 한진해운에 조 회장이 개인 차원에서 1조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다. 한진해운은 요즘 현대상선이라는 이웃사촌 기업도 인수합병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5위의 해운사로 거듭난다. 조선업계도 국가별로 대형 해운사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고 있다. 요즘 국내에 불고 있는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바람 중에 하나다.

정부가 조양호 회장에게 압박 아닌 압박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정부기관들이 한진해운에게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에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이달 초에 현대상선은 세계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공식 가입을 요청했다. 디 얼라이언스에는 한진해운을 비롯해 하팍로이드, NYK, MOL, K-LINE, 양밍 등이 포진해 있다.

해운동맹은 과당경쟁을 피하고 서로 운임을 비롯한 운송조건에 관해 상생협약 체결을 맺는 카르텔 비슷한 조직이다. 현대상선과 같이 경영난을 겪는 곳일수록 동맹군이 절실한 것이다. 그런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한배를 탄다고 해서 반드시 이득은 아니다. 두 회사는 선박크기나 운항노선 등에서 서로 충돌하는 분야가 많다. 해운동맹 안에서 일감을 나눠야 할 판이다.

그래서 조양호 회장에게는 현대상선이 상당히 껄끄러운 대상이다. 정부의 고통분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큰 부담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간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대한항공의 자금을 탈탈 털었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을 돕다가 그룹의 위기도 자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제 현대상선까지 안아야 할 판국이다. 이래저래 조 회장에겐 고심이 많은 시기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