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린 분위기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대규모 부실과 분식회계 행위를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은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정황상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등을 방치했고, 이에 따라 부실을 더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사업의 공사 진행률을 과다 산정했다. 2013년 영업이익 4407억원과 당기순이익 3341억원을 과다 상계한 것이다. 2014년에는 영업이익 1조935억원과 당기순이익 8289억원을 부풀렸다. 2년 동안 총체적 부실이 일어났지만, 관리·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은행에는 분식회계를 적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바로 ‘재무 이상치 분석시스템’이다. 그런데 막상 대우조선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일부러 적용하지 않았다는 고의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밝혀질 사항이다.

분식회계 말고도 문제가 적발됐다. 대우조선은 이른 바 ‘묻지마식’ 투자를 많이 했다. 이게 손실을 더 키웠다. 사업의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탓이다. 수천억원의 적자가 쌓였는데도 수백억원의 격려금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도덕적 해이가 보이는 부분이다.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는 산업은행 출신들로 채웠다. 대우조선의 사업 타탕성 조사가 제대로 안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우조선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금융당국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의 지분을 12% 가량 가진 2대주주다. 산업은행에 감독 역할을 위임하고 뒷짐만 지고 있었단 소리다.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의 기업여신 부실이나 회계문제 등을 살피지 못했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 산업은행으로 이어지는 2중 3중의 대우조선 감독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총체적 부실이다. 대우조선의 40대 차장 출신이 8년 동안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180억원을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돈으로 아파트와 상가, 외제차, 명품 등을 사면서 호화생활을 누렸다. 명예퇴직을 신청해서 1억원 가량도 알뜰히 챙겼다. 이쯤 되면, 대우조선은 양파다. 벗겨도 벗겨도 부실이 끝나지 않는다. 지난 16년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였다. 그리고 대우조선은 천천히 침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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