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4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대기업 지정제도는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고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이므로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된다”고 강조한 이후, 공정위는 44일 만에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 변경안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일괄 상향하되,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공시의무는 법률 개정을 통해 현행 5조원을 유지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올해 9월까지 완료하고 5조원을 유지하게 되는 일부 규제는 오는 10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기준을 변경한 배경과 기대효과를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하고, 일부 하위집단의 성장 저해요소의 해소를 통한 신사업진출, 사업영역확대 등 성장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적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기업집단지정 변경은 2007년에도, 그 이전에도 시행령 개정만으로 해왔다는 주장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고, 중소기업영역 침해 관련해서는 354만개 중소기업 가운데 재벌관련 중소기업은 61개에 불과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 있었다.

갑질 등 불공정관행 심화 불보듯

먼저,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라는 견해는 외형적인 제도만 평가하는 단견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 같은 제도가 없어도 ‘공정경쟁’과 ‘경제력 집중억제’ 그리고 ‘대기업의 골목시장 장악억제’ 등이 다른 법률에 의해 비교적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대기업집단지정제도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둘째, 전경련 등은 ‘규제가 기업 및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으니 규제를 철폐’해달라고 주장해 왔다. 즉, 재벌대기업그룹에 대해서도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그리고 소상공자영업자들과 동일한 여건 하에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핵심 요지다.

각 산업에 있어서 재벌대기업의 일부참여 제한, 소유의 제한, 의결권의 제한, 중(견)소기업과의 차별적 대우조치가 이뤄져 온 것은 재벌대기업으로의 경제력집중억제와 불공정거래관행의 억제, 동시에 이를 통한 경쟁촉진을 위한 것이다. 경제여건은 변화됐다고 하나 재벌대기업의 행태는 전혀 변하지 않았고, 1700여개 재벌집단 계열사가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양상은 더욱 심화됐다.

산업별 다양한 지정기준 바람직

세번째, 공정위의 기대성과를 검토해 보면, 박근혜 정부가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낙수효과는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인데 여전히 성장저해요소를 해소해 준다는 논리는 37개 재벌 618개 계열사가 5조원 이하 354만개 기업들의 성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각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제도 완화의 효과에 대해 더더욱 철저한 검토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618개 계열사들이 관련 산업 및 업종에 진입할 경우 상위포식자의 지위에 있을 수 있고, 따라서 이들의 불공정행위 및 갑질 등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등에 대한 대책이 없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법만으로 모든 분야를 통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규제 목적에 따라 대규모기업집단 지정기준을 달리 하겠다는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일부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기준을 원용하고 있는 38개 법령은 그 제정 목적도 다르고 적용대상 산업·분야의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규제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각 산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지정기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방식이다. 그간 대기업집단지정제도 방법이 합리적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 사안은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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