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브랜드의 저력…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즉석요리

요즘 거리의 프랜차이즈 간판을 유심히 보게 되면, 갈수록 눈에 띄는 게 있다. 맘스터치(Mom’s Touch)라는 수제 햄버거 전문점이다. 주요 도시의 메인 상점거리는 물론, 지방의 한적한 곳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는 맘스터치를 만날 수 있다.

햄버거와 치킨을 주 메뉴로 하는 곳인데, 필자가 수차례 매장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주문을 하고 나서 그제야 음식을 만드는 애프터오더(after-order)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2, 3분 안에 제품이 나오는 다른 패스트푸드와는 달리 10여분의 조리시간이 걸리는 맘스터치는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제품이라는 매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맛도 훌륭하다.

토종브랜드 맘스터치의 성장
‘기업 인사이트’에서는 주로 한국경제를 호령하는 대기업을 분석해왔는데, 이번에는 맘스터치를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맘스터치는 최근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운데 가장 성장세가 돋보이는 곳이기에 그렇다. 근래 들어 내수경기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인데, 맘스터치와 같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외식 프랜차이즈는 필자가 볼 때 맘스터치가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지난해 무려 1000억원의 매출을 돌파했다고 한다. 기존에 있는 햄버거나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점과 다른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말 그대로 아이들과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곳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기준으로 맘스터치는 4위다. 이 업계의 선두는 교촌치킨이고 이어 비비큐와 비에이치씨가 뒤 따르고 있다. 교촌치킨이 매출 2500억원을 나머지 두곳이 대략 2000억원 수준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맘스터치는 이들을 막 추격하는 후발주자이긴 하다.

그러나 그 성장속도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빠르고 무섭다. 해마로푸드서비스가 최근 공개한 ‘2015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86억원, 89억원이었고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7.06%, 31.84% 증가한 수치로 파악됐다. 2014년 이 회사의 매출은 777억원이었다. 매출이 거의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소리인데, 필자가 길거리에서 자주 맘스터치를 발견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가맹점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고 한다. 지난해 해마로푸드서비스는 가맹점을 262곳을 신규로 출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559개였던 가맹점포 수는 지난해말 821개로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이다.

차별화된 조리방법과 정성
왜 맘스터치는 인기가 많을까. 일단 이 회사의 주력은 치킨이다. 여기에 수제버거를 메인으로 곁들인다. 치킨집이면서도 햄버거집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자유롭게 한 측면이 강하다. 치킨이 주력이었는데, 수제버거 판매량이 늘면서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치킨+햄버거’는 맘스터치가 처음도 아니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버거킹, KFC도 치킨과 버거를 함께 판다. 기존과는 다른 차별성이 없다면 맘스터치는 그렇고 그런 중소 프랜차이즈에 불과했을 것이다. 여기서 맘스터치는 즉석 조리라는 시스템을 적용해 패스트푸드가 아닌 정성이 담긴 요리로 탈바꿈 시켰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야 양념을 하고 야채를 썰고 치킨을 튀기고 한다. 또한 가격도 다른 경쟁제품 대비 70~80%로 저렴하게 내놓았다. 입소문은 이런 차별성에 나온 것이다.

맘스터치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그동안 창업설명회를 따로 열어 가맹점주를 모집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매년 가맹점포는 증가하고 있다. 가맹점주들과 소비자들에게 평판도 상당히 좋아서 한 평판연구소가 15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전까지 교촌치킨이 1등이었다.

정현식 대표의 고품질 경영 철학
어떻게 보면 맘스터치는 성공하기 참 힘든 외길을 걸어왔다고 볼 수 있다. 피 터지는 치킨업계와 해외 유명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즐비한 시장에서 자신만의 성장 역사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 모든 기적은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대표의 저비용 고품질 경영전략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맘스터치의 뿌리는 1997년부터 시작된다. 대한제당의 계열사인 TS해마로는 이 무렵 한국시장에서 미국 치킨브랜드인 파파이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던 TS해마로는 자신들만의 토종 브랜드를 만들자고 결심을 하면서 맘스터치를 선보였다. 제2의 파파이스로 성장시키자는 거였다. 하지만 파파이스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기에 동시에 맘스터치를 활성화시키기에는 매번 걸림돌이 많았던 것이다.

더욱이 당시에는 한창 버거킹, KFC, 롯데리아, 맥도널드, 교촌, 비비큐 등이 성장가도를 달리던 시절이라, 제대로 맘스터치가 일어설 자리가 없었다. 결국 2004년 TS해마로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분사를 한다. 그러면서 TS해마로의 식자재 구매 총괄 상무였던 정현식 대표가 관리를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정 대표가 회사를 나와 해마로푸드서비스를 인수하면서 맘스터치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맘스터치는 매출도 이익도 제대로 못내는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정 대표는 앞서 설명한 주문을 하면 그때 음식을 제조하는 수제 방식을 도입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가격 대비 고품질의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극대화시켰다. 맘스터치의 햄버거 가운데 싸이버거라는 게 있다. 이 제품은 SNS 상에서 입찢버거라고 한다. 입이 찢어질 정도로 두껍다는 이야기인데, 그만큼 버거의 크기가 크다는 것이다.

맘스터치를 제대로 알아본 소비자층은 젊은이들이었다. 특히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점심, 저녁을 찾는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맘스터치는 저비용, 고품질 전략을 또 한번 사용한다. 다름 아닌, 지면광고나 TV광고를 하지 않는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오직 맛과 개발에 올인한 것이다. 2004년 이후 10년 가까이 맘스터치는 그 흔한 TV광고도 진행하지 않았다.

맘스터치 만의 전략은 또 있다. 바로 임대료를 대폭 낮춘 골목상권까지 진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료가 낮으니까, 자영업자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높다. 심지어 읍단위의 소도시에도 맘스터치를 만날 수가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중심상권이나 대형매장 위주로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포진하며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것과 차별화된 점포 확장 전략이다.

인기 힘입어 주식상장까지 도전
‘2004년 이후 10년 동안의 제자리 걸음. 이후에 저비용 고품질의 상품 출시. 입소문 마케팅. 시골 읍면까지 확장한 점포 전략.’ 맘스터치가 지난 5년간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아닌 비결이다. 정현식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맘스터치의 성공을 발판으로 지난 4월 대만 1호 점포를 열었다고 한다. 곧 베트남에도 1호점을 연다고 한다. 중국시장도 연내 추진 중이다. 이처럼 해외시장까지 뻗어나가는 토종 프랜차이즈를 오랜 만에 보는 것 같다.

정 대표는 여세를 몰아 오는 10월 해마로푸드서비스를 KTB스팩3호(케이티비스팩3호)와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상장하려고 한다. 상장 과정에서 추정되고 있는 맘스터치의 기업가치는 무려 1621억원에 이른다. 같은 업종 중에 상장사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상장은 토종 브랜드 성공사례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모처럼 나타난 토종 브랜드 맘스터치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상장을 하면 성장성이 높아 흥행을 할 것이라고 점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10년을 돌이켜보면, 맘스터치와 같이 국내에서 성공하고 해외까지 진출한 프랜차이즈가 몇몇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은 아쉽게도 해외시장에서 참패를 겪고 국내에서도 성장세가 푹 꺾이며 고꾸라진 흑역사를 갖고 있다. 어떤 브랜드는 본업인 커피를 저버리고 레스토랑 외식 사업까지 확장하다 이도저도 아닌 브랜드로 전락했다.

하지만 맘스터치는 다르다. 일단 먹어보면 맛이 있다. 다른 프랜차이즈랑 달리 깊은 맛이 난다. 브랜드가 아닌 맛으로 승부를 하기에 그렇다. 치킨과 버거에만 집중한다. 2004년부터 10년 넘게 절치부심하며 성장을 노렸던 정현식 대표는 결국 프랜차이즈의 성공전략의 핵심은 ‘맛’에 있다는 걸 알았던 거 같다. 요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자영업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그분들이 다시 한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 가 싶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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