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자금 수사로 온통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인 소환과 더불어 기업 담당자들의 소환 조사도 진행되는 모양이다. 이번 기회에 깨끗한 정치, 돈 안 드는 정치,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정치가 되기를 모든 국민들은 바랄 것이다. 나아가서 차제에 기업이 정치인이나 공직자에게 돈을 줘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볼 필요도 있다.
흔히 우리는 돈을 받은 정치인들도 나쁘지만 돈을 준 기업들도 나쁘다는 식의 양비론적 비난을 주로 한다. 물론 뇌물을 주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뇌물이 필요악처럼 돼 있는 근본적인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둘 다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이다.

공정경쟁 틀부터 만들어라
조금만 생각해 보면 무엇이 어떻게 잘못돼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는 조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지만 순이익을 많이 남겨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일차적인 사회적 책임이다.
우리는 이익을 남기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폐해를 IMF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애꿎은 국민의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가? 이와 같은 기업의 사명에 비해 정부는 기업이 공정경쟁을 통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를 운영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 활동을 위해 올바르고 편안한 멍석을 깔아 줘야 하는 것이다.
기업은 돈 버는 것이 지상 과제이고 정부는 공정경쟁의 룰을 정착시키는 것이 그 사명이다.
만약 우리 경제가 공정경쟁이 아닌 뇌물을 통해 돈 버는 구조를 지녔고 기업들이 불공정 경쟁 구조하에서 활동한다면 정부 쪽의 책임이 크다. 뇌물을 주면 기업이 살고 뇌물을 주지 않으면 부도가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인이 뇌물을 주는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뇌물은 공정경쟁의 룰이 정착되지 않은 풍토에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 공정경쟁의 룰은 실력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규칙과 제도를 의미한다. 실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기득권을 위해 담합하고 품질과 가격이 우수한 신참 기업들이 기존 업체들의 부당한 방어에 진입장벽을 뚫지 못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정부규제 과감한 개혁을
연줄과 돈으로 공정한 경쟁이 무너지고 특정 업체들에게 부당이득이 돌아간다.
아직도 무수하게 잔존하는 규제와 관행 속에 소수의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독소 조항들이 숨어 있다. 정책, 제도, 협회, 관행이라는 단어로 위장된 무수한 카르텔, 경쟁제한, 불공정 관행이 존재한다. 불평등한 정보 통제도 공정경쟁을 저해한다.
세계화 속에서 이러한 불공정한 경쟁구조는 국내 경제를 시들게 한다. 사람과 돈이 우리 경제를 떠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기득권 업체들이 불공정 경쟁의 이익을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경쟁력 추락으로 업계 전체가 공멸할 가능성이 높다.
불법 정치자금 관행이 정치 개혁에 의해 사라지더라도 경제에 불공정 경쟁 관행이 존재하는 한 기업인들은 뇌물을 통한 부당이득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렵다.
그러므로 정치자금 수사 사건을 정치의 관점으로만 보지 말고 경제의 논리로 분석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공정경쟁을 해치는 정부의 규제와 제도, 기업-정부 간 유착·유혹을 방치하는 한 불법 자금과 뇌물 관행을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경제 관련 제도와 법령의 불공정 경쟁 요소 조항도 개혁해야 한다.
또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해 기업 규모에 의한 불공정 경쟁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신기술과 창업 기업이 보다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길은 시장에 공정한 경쟁 질서를 숨쉬게 하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국회와 정부가 앞장서야 할 일이다. 그렇게 되도록 기업과 국민도 독려해야 한다.
규제 속에서 안주해온 기업들은 대승적 자세에서 공정경쟁 질서 확립에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깨끗한 정치와 강한 경제를 이룩하는 기반이다.

김승일((주)비즈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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