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만평에 사경을 헤매는 중환자의 모습으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을 묘사한 그림은 정말 실감나는 표현이다. 생존해 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 우리의 경영여건은 너무나도 열악하다.
정부의 중소기업 운전자금 지원 단계적 축소·폐지정책 발표와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중소기업에게 고용허가제의 후유증은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지게 한다.
오랫동안의 갈등과 논란으로 고용허가제는 이미 식상한 주제처럼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현재 한국의 모든 중소기업은 고용허가제로 인해 파생된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경영환경 갈수록 악화돼
경제적인 목적을 가지고 받아들인 외국노동자 인력들에 대해 인권 등 사회적인 각도에서만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고 있어 정작 실수요자인 중소기업들은 모든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여전히 인력난의 고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 남의 나라에 불법으로 들어온 불법체류자들이 당당히 데모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심지어 매주 단풍놀이를 요구하는가 하면 자동차를 사달라고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어 힘든 중소기업들을 아연실색하게 한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신속하고 강력한 조기조치를 시행하지 못한 부작용이 고용허가제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중소기업은 이제 또 다른 중병을 앓기 시작했다.
지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아주 쉬운 상대가 된 듯하다. 대다수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넘나들며 저울질하고 있다.
이제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형편이 돼버렸다. 불법체류자를 근절시키고 중소기업에 풍부한 인력지원으로 안정된 경영환경을 보장하리라던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은 물론 동남아의 다른 국가보다 20~30배 높은 임금, 단체행동 등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훌륭한 안전지대가 되어,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가 아닌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제도라는 생각마져 든다.

인력난 해결위한 대책 아쉬워
일간지나 경제지에 불법체류 근로자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중소기업 탐방기사가 눈에 띌 때마다 과연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중 어느 정도가 고용허가제로 인력난이 해갈됐는지 의문이 생긴다.
해외 선진국들의 실패한 선례를 보고, 가까운 이웃나라들의 고용허가제에 대한 민감하고 신중한 정책을 접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고용허가제는 참으로 용감한 강행군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기업은 초기 산업연수생시절 마음을 설레며 비장한 각오와 순수한 성실함으로 조심스레 발을 디뎠던 신대륙이 더 이상 아니다.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의 약점을 충분히 알아 서슴지 않고 필요 이상의 요구를 협상하고자 하는 상대가 돼 버렸다.
인력난 해갈을 위한 마지막 카드마져 놓쳐버린 허탈함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서둘러 이땅을 떠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을 인권유린의 당사자로 만들어 버린 사회분위기에 맥이 풀리고 있다. 불법체류자들의 말 한마디는 모든 법을 초월한 만병통치약으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
눈물 짜내기식 온정주의 보도는 이 땅의 중소기업인들을 악덕 자본주로 몰아가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을 과연 정확히 둘로 나눌 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권유린의 사례 만큼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땅의 중소기업인들이 새 힘을 얻어 도약할 수 있는 힘과 격려를 구한다.

이소영( 폴리프러스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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