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창업의 길]㈜힐세리온 ‘소논’

2011년 가을, 만삭의 산모가 류정원 의사가 일하는 응급실로 실려 왔다. 숨을 쉬지 못하는 긴박한 상황이라 산부인과도 없는 병원 응급실로 찾아온 것이다. 게다가 이 부부는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지체장애인이었다. 그래서 환자의 상태를 가늠해볼 방법이 없었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에 할 수 있는 건 심폐소생술 밖에 없었다. 심폐소생술로 위기는 넘겼지만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구급차에 옮겨 큰 병원까지 가는 시간은 고작 10분. 류정원 의사는 그 시간이 10년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결국 세상을 떠난 산모를 보며 ‘의사들이 각자 초음파 진단기기를 들고 다니면서 환자의 문제를 바로 파악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 ‘소논’ 탄생
사실 이전에도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는 있었다. 하지만 제품의 크기가 크고 유선으로 작동되는 것이었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가 만든 ‘소논’(SONON·사진)은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고, 무선으로 작동하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 더불어 힐세리온은 애플리케이션으로 건강을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하고 있다. 류 대표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이 이제야 태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 최초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해 초음파 영상을 전송하는 ‘소논’은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2013년 소프트뱅크벤처스, 마젤란기술투자, 엠벤처투자 등 벤처캐피털과 길병원에서 20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기존 투자자와 산업은행까지 더해 40억원을 추가로 유치했다. 신생기업의 가능성만을 보고 진행된 과감한 투자였다. 2014년 미국에서 열린 모바일헬스전시회와 지난해 두바이에서 열린 아랍헬스전시회 등에서도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힐세리온을 찾아와 큰 관심을 보였다.

“기존 헬스케어 시장은 미국처럼 기초과학 수준이 높고 자본도 많은 나라가 선도했지만, 모바일 헬스케어라면 IT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도 해볼만한 시장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소논은 국내 식약처 의료기기 인증과 유럽 의료기기인증(CE MDD)을 받았고, 미국 의료기기인증(FDA)등을 준비하고 있는데, 향후 브릭스 시장도 공략할 예정입니다.”

H.I.T(Humanism, Innovation, Trust)
“첫 창업을 할 때에는 프로페셔널리즘이 있었어요. 무조건 실력이 좋은 사람, 뛰어난 아이디어, 많은 자본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아니었어요. 성공을 할 때는 분위기가 좋지만 위기가 오면 각자의 삶을 위해 회사를 나가버리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가치관 경영이 답이겠구나. ‘언제 어디서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세상을 변화시킨다’가 우리 회사의 가치관입니다. 아직은 작은 벤처기업이지만 전 세계의 의료불균형을 해결해 보자고 직원들과 의기투합하고 있죠.”

힐세리온은 철저한 권한위임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원들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빠르고 능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다만 회사의 핵심가치인 H.I.T-(Humanism, Innovation, Trust & Partnership)에 입각해야 한다.

입사를 할 때 HIT를 지켜나갈 것이라는 서약서도 쓴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90% 이상의 벤처는 망한다. 우리도 망할 수있다. 다만 우리가 만든 제품이 우리의 미션대로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엄마를, 누군가의 남편을, 누군가의 아이를 구했다고 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가치관을 가지고 경영을 하니 회사의 방향성이 명확해지더라고요. 직원들도 목적이 확실하니 풍랑이 일어도 배에서 떠나지 않아요.”

아프리카에서 들려온 노력의 결실
“성공한 후에 돕겠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만큼 돕자는 생각을 가지고 평소 NGO단체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그러던 중에 장문의 이메일 한통이 날아들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의사가 보내온 편지였어요. 아프리카의 재단을 통해서 ‘소논’ 두대를 아프리카에 있는 의사에게 후원해 줬었거든요. 당신들이 보내온 제품을 너무나 잘 쓰고 있고,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돈 버는 것에 혈안이 되기보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자는 생각이 낳은 결과물이었던 거죠.”

세상에는 많은 기업들이 있다. 기업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이익을 내야 하는 집단이다. 힐세리온 역시 제품을 판매해 이익을 내는 기업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익을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선다. 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기업이라면 마땅히 신뢰하고 지지해야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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