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음반만으론 한계 인식…사업다각화로 신성장 ‘정조준’

 

국내 연예기획사의 양대산맥은 누가 뭐래도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다.
코스닥 시장에 나란히 상장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YG가 5536억원이고 SM은 6342억원이다. 두 회사 아이돌 그룹의 대결은 TV 매체나 공연장에서도 볼만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도 비등비등한 규모의 용호상박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 YG와 SM은 자신들의 소속 아이돌 가수나 출중한 배우를 내세워 ‘팬덤(fandom)’이라고 불리는 팬층의 두터운 지지와 인기를 얻어내고, 이를 통해 음반, 공연, 드라마 및 각종 연계 사업(외식업, 패션 등)에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팬덤은 1990년대 후반에 탄생한 1세대 아이돌그룹부터 등장했으며,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막강한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YG·SM과 같이 연예기획사가 팬덤들의 인기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것을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라고 한다. 인기가 높아지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회사의 입지가 치솟다가도, 특별한 변수가 터지면 하루아침에 인기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게 연예기획사업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SM의 걸그룹 소녀시대에서 활동하는 티파니가 광복절인 지난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일장기와 전범기(욱일승천기) 등의 이미지를 올렸다가 대중의 큰 비난을 받고 있다. 공식 사과를 하고 사태를 수습하고 있지만, 좀처럼 그 여파가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아이돌이 SNS를 통해 팬들과 실시간 교류를 하는 것은 연예기획 사업에 있어 상당히 큰 도움이 되는 것인데, 이렇게 잘못된 방향의 논란이 터지게 되면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게 되고, 이는 SM엔터테인먼트의 다른 기반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YG나 SM과 같은 연예기획사들은 전통적인 고위험, 고수익 사업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신사업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특정 소속 가수나 배우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또 다른 영역에서의 수익 사업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업인사이트는 YG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연예기획사의 신규 사업을 진단해 본다.

사업다각화로 신성장 노리는 YG
요즘 비전통 연예기획 사업에 관심을 쏟는 CEO는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겸 프로듀서다. 그는 기본적인 음반, 공연 관련 사업 이외에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자신들의 브랜드 입지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한다.

YG의 경우 특정 아이돌 그룹이 회사 매출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이 회사의 보이그룹 ‘빅뱅’은 공연, 음박 수익으로 YG의 매출 가운데 60~70%를 올리고 있다. 빅뱅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한 것이다. 그래서 YG가 본격적인 기업화 단계에 발을 들여놓은 스토리를 이야기할 때 빅뱅 이전과 빅뱅 이후로 나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요즘 양현석 대표는 YG를 다른 사업영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이 화려한 사업 외도(?)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4년 9월 YG는 패션브랜드인 ‘노나곤(nonagon)’을 런칭했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YG가 삼성의 제일모직과 공동설립한 네추럴라인이라는 패션기업의 첫번째 브랜드라는 점이다. 이 회사의 대표는 양현석 대표의 동생인 양민석 대표가 맡고 있다.

노나곤의 마케팅에 YG의 대표 그룹 빅뱅과 2NE1의 멤버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며, 여기에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 노하우와 전문성이 시너지를 내면서 세계적인 글로벌 영스트리트 패션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과 편집숍을 시작으로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와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YG의 팬덤 층은 물론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YG플러스·YG푸즈라는 新성장축
뷰티 분야에서도 양현석 대표는 욕심을 냈다. 2014년 10월 국내 화장품 전문기업인 ‘코스온’과 손을 잡고 ‘문샷(moonshot)’을 선보이는데, YG는 자회사 YG PLUS를 통해서 코스온의 홍콩법인인 코드코스메인터네셔널를 인수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러한 과감한 투자와 사업은 YG의 소속 멤버들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이 올해 초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과 태양이 YG PLUS와 코드코스메인터내셔널에 개인돈 36억원을 투자하기에 이른다.

YG엔터테인먼트가 연예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중심이라면 YG PLUS는 광고대행업, 화장품, 골프, 매니지먼트, 외식사업 업체를 영위하는 YG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그러니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은 YG PLUS에 소속 연예인들까지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YG PLUS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으로 현재 시가총액 1674억원에 달하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서 YG엔터테인먼트의 시총이 5536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향후 YG PLUS의 견조한 성장 여력을 점칠 수도 있겠다.

양현석 대표는 신규 사업의 세분화를 위해 자체적인 전문 자회사를 신설하기도 했다. 2014년이 패션과 뷰티를 위한 공격적인 사업 진출이었다면, 2015년은 외식사업이 포커스였다. 지난해 고기 전문 프렌차이즈인 ‘삼거리푸줏간’을 세운 YG는 자회사 ‘YG FOODS’를 설립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앞서 YG가 제일모직과 손을 잡고 전문적인 노하우를 수혈한 것과 같이, CJ푸드 출신의 노희영 고문을 영입해 전문적인 외식사업의 경영을 맡긴다. 노희영 고문은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과 오리온의 부사장을 역임한 외식전문 경영자로, 외식 업계에서는 신의 손으로 불린다.

YG푸즈는 지난 4월 ‘YG 리퍼블리크’이라는 복합외식공간을 명동과 여의도에 열었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YG의 외식사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여의도 IFC몰 지점을 방문해 보면, ‘3 Birds(버즈)’ ‘K-PUB(펍)’ ‘삼거리푸줏간’ 등 YG가 선보인 3개의 간판을 만날 수 있다. 3 Birds는 샌드위치 커피 전문카페고, K-PUP은 맥주를 곁들인 주점이며, 삼거리 푸줏간은 고기구이 전문점이니까 YG 리퍼블리크를 찾은 사람들이라면, 1·2·3차를 한자리에서 모두 할 수 있다.

사모펀드까지 손을 뻗는 YG
지난 7월 양현석 대표는 YG플러스를 통해 사모펀드 운용사인 ‘YG 프라이빗에쿼티(PEF)’를 설립했는데, PEF란 투자자로부터 사모방식으로 중장기적인 자금을 조달해 주로 새로 창업한 회사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 부실채권, 이밖에 기대수익률은 높지만 리스크 또한 높은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펀드다. 쉽게 말해 기업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투자전문회사’란 것이다.

YG가 자신의 아이돌 그룹 인기를 기반층으로 해서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여기에 다른 분야인 패션과 뷰티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어느 정도 맥락이 있는 확장이다. 그런데 사모펀드 사업은 그 성격부터가 다르다. 이것은 투자시장에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성적을 내는 아주 냉혹한 싸움터이기 때문이다. YG가 얼마나 새로운 성장돌파구에 목이 마른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YG의 신규사업들의 매출이나 수익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성적표를 공개하자면, 사실 뚜렷하게 수익을 내는 곳은 없다고 하는 게 맞는 평가다. YG PLUS는 지난 2분기 22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영업손실이 9억50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80% 가까이 늘었긴 했지만 여전히 수익 면에서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분기에 매출 772억원을, 영업이익은 67억7000만원 가량을 달성하면서 꾸준히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YG의 효자인 빅뱅과 신생 보이그룹 아이콘(iKon) 등이 중국과 일본 등의 월드투어를 하면서 이러한 수익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이들 연예기획사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이그룹 중심인 YG의 최대 리스크는 다름 아닌 ‘군대’다. 당연히 군미필 아이돌로 구성된 보이그룹은 멤버들이 하나둘씩 군입대를 해야 하는 실정에 빠져 있기에 그렇다. 거기다가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K팝의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에 먹구름이 끼는 외부요인도 연예기획사들에겐 심각한 악재로 다가온다.

이러한 리스크는 음반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연예기획사들이 겪는 숙명적 변수들이다. 따라서 YG가 전혀 다른 사업들을 새롭게 시작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생존을 위한 국내 연예기획사들의 미래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YG나 SM과 같은 연예기획사를 평가할 때는 단순히 아이돌 그룹의 인기지수만 따질 게 아니라, 그들이 영위하는 신규 사업의 진척도와 가능성을 함께 가늠해야 하는 것이 옳다. 어찌 됐든, 대중문화시장에서나 주식시장에서나 YG와 SM의 인기가 지속되기를 희망해 본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