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안 업그레이드…‘모바일 결제’ 석권 시간문제

지난 6일부터 18일까지 예약구매 신청을 받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7’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분위기다. 출시 4일만에 25만대를 돌파해 현재 예약구매 신청에만 약 40만대 이상이 몰렸다고 하는데, 이는 이전 모델 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진짜 강자가 나타났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해외 유명 경제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는 갤럭시노트 7을 두고 “사상 최고의 안드로이드폰이다.”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갤럭시노트는 지난 19일 전 세계 10여개 국가에서 동시에 판매가 시작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이다.

전 세계 경제 소식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WSJ의 이러한 논평은 삼성전자에게 그 어떤 칭찬보다 기분 좋은 이유가 있다. 그동안 이 매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출시를 할 때마다 혹평을 계속 날렸던 언론사로, 주로 ‘저가 품질’‘소프트웨어의 부족’ 등의 단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었다. 

어쩌면 WSJ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자국의 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경쟁작인 갤럭시 시리즈를 좋은 시선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과 같이 삼성전자를 극찬한 것은 아무래도 갤럭시노트 7이 그동안 미비했던, 품질과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최상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갤럭시노트 7의 효과는 톡톡하게 나오고 있다. 코스피 시장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최근 연일 상승폭을 돌파하면서 160만원대를 넘어 170만원 턱밑까지 치솟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갤럭시노트 7의 판매가 전 세계의 소비자 주머니를 강탈하면 할수록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홍채인식이라는 새로운 혁신
갤럭시노트 7은 영화 같은 장면들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구현해 낸 혁신 기술을 탑재하고 있는데, 다름 아닌 그것은 ‘홍채인식’ 기술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마이너리티 리포트’ ‘가타카’를 비롯한 SF영화를 보면 미래사회 속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눈에 있는 홍채를 통해 보안시설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갤럭시노트 7의 소비자도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등록한 사람의 홍채를 통해 보안 인증이 필요한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홍채를 사용한 걸까. 사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은 막판까지 생체 정보 인식 기술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해 수많은 갑론을박과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는 애플이 선도적으로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한 상태에서 삼성전자는 전혀 다르지만, 더 안전하고 완벽한 생체 정보 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이 바로 홍채였다고 한다. 홍채는 유일하고, 변하지 않고, 잘 손상되지 않는 생체 정보라고 한다. 어릴 때 한번 만들어지면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데, 쌍둥이의 경우에도 좌우 눈의 홍채가 다를 정도로 전 세계에 같은 홍채는 유전학적으로 있을 수 없다. 홍채인식이 고도화된 가장 진보된 생체인증기술이라는 것에는 과학자들도 이견이 별로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스마트폰이 인식을 할 때 지문보다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수십배나 높다고 한다. 요즘 TV 광고에서 갤럭시노트 7의 홍채인식 서비스를 부각한 CF가 나오는데, 이 제품은 지문인식 기능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주인의 모든 생체 정보와 연결된 최첨단 디바이스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얼핏 보면 갤럭시노트 7이 지문 정보에서 홍채 정보로 조금 업그레이드 된 것 같은데 이와 같이 열렬한 관심과 구매가 이어지는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홍채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금융결제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다시 말해 그동안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개척하지 못한 모바일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는 값진 열쇠가 바로 갤럭시노트 7이라는 것이다.

금융권과의 미묘한 관계 형성
삼성전자는 그동안 모바일 금융이 답보 상태에 놓였던 가장 큰 이유를 보안성 때문이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기술적으로 스마트폰의 자유로운 금융거래는 수년전부터 가능했지만, 가장 안전하게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는 것은 오랜 과제였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보안 프로그램을 적용했다는 애플의 아이폰도 늘상 해킹에 위협을 당하면서 시달리기 일쑤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홍채인식에서 답을 찾고 있다. 갤럭시노트 7을 보면 맨 위에 홍채인식 전용 카메라가 있고 또 적외선 LED가 탑재해 있으며, 이 두가지 감지 센서가 사용자의 홍채를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카메라에 찍힌 홍채는 디지털 정보로 전환이 되면서 동시에 암호화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에 또 하나의 삼성전자의 기술력인 보안솔루션 ‘녹스’ 기능이 가동된다. 

이러한 기술과정을 거쳐 갤럭시노트 7에는 스마트폰 최초로 홍채인식기능을 도입하고 이와 관련한 보안솔루션 ‘삼성패스’를 탑재했다. 삼성패스는 기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반드시 거쳐야했던 공인인증서나 OTP, 보안카드 등의 절차를 홍채인식으로 대신하는 서비스다. 얼굴 사진 한번만 찍으면 복잡한 인증과정을 ‘패스’한다는 소리다.

결국 이러한 첨단 기술적용을 통해 삼성전자가 목표로 하는 바는 분명하다. 단순하게 홍채인식을 통해 스마트폰을 잠금해제하는 정도로 그칠 거라면, 굳이 이런 혁신기술을 채택하지도 않았다. 지문기능이면 충분했다. 삼성의 홍채인식은 삼성페이와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삼성페이는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나 모바일 인터넷 쇼핑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삼성페이는 이제 출시 1년이 됐으며, 현재 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하면서 국내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 상반기 누적거래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은행의 인터넷 거래를 갤럭시노트 7을 통해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면 늘수록, 삼성전자가 금융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다는 핀 테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현재 삼성전자는 시중은행들과 협력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시중은행에서도 돈이 나가고 들어올 때 보안성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는 부분이 모바일결제 서비스에서 가장 핵심이기 때문에 홍채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삼성페이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모바일결제 시장은 금융권과 IT회사 간의 싸움터로 확장될 조짐이다. 금융권은 현재로선 공생 관계를 유지하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7의 삼성페이를 환영하지만, 자체적인 모바일결제 서비스 정착에도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페이만큼은 아니지만, 금융권도 자신들의 서비스를 통해 결제를 하는 사용자를 수백만명씩 확보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 카드사들이 모바일결제에 혈안이다. 지갑 속 카드 결제에서 모바일 카드 결제는 이제 하나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 시장이 아직 초창기 성장단계에 있기 때문에 강력한 결제 편의성을 갖은 삼성페이와 함께 공생관계를 형성하면서 시장을 키우려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묘한 관계도 금방 결과가 나올 것이다. 삼성전자의 독점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대부분 그들의 논리에는 금융권이 IT기술력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올 수 없는 한계를 지적한다. 게다가 상대는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다. 당장은 춘추전국시대처럼 서로를 견제하고 협력하며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종적으로 중원을 차지할 강대국은 생채정보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라는 것이다.

2%가 부족한 혁신성
그러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7이 세상을 깜짝 놀라킬 수는 있지만,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스마트폰 초창기 시장에서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를 선보일 때마다 날렸던 강력한 카운트 펀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건 WSJ가 그간 지적해 왔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번 2% 부족한 소프트웨어의 혁신성’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에 선보인 홍채인식은 분명 신기술이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가 강렬히 원했던 기능은 아니라, 하드웨어적인 기술적 우위를 내세운 전략이었다. 갤럭시노트 7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하드웨어적인 성능을 과시하는데, 디스플레이 체감화질을 높이는 HDR기능과 가상현실기기 지원 등은 애플이 아직 한번도 선보이지도 못한 영역이다.

물론, 갤럭시노트 7의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최근 애플이 내놓는 아이폰 시리즈는 새로운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질타 속에서 판매량이 조금씩 하향 추세로 돌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의 이번 신제품은 어찌 보면 화려한 데뷔가 아닐 수 없겠다.

그럼에도 갤럭시노트 7이 진짜 강자인지는 영원한 라이벌 애플의 아이폰 7이 다음달 중순에 출시된 이후에나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두 제품을 비교해 보는 사람들의 평가가 진짜 시장의 평가다. 일단 삼성전자는 이번에 홍채인식기술로 사람들의 눈을 놀래 켰다. 기선제압을 한 것이다. 그리고 9월 말 일상 생활에서 아이폰 7과 비교한 갤럭시노트 7이 매력이 더 넘친다면 사람들은 소프트웨어에서 2% 부족한 혁신성이라도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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