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꿈꾸는 사람들] 한영알코비스㈜

알루미늄은 산업의 혈관과도 같다. 냉장고나 TV 등 가전제품부터 주택과 자동차 등 알루미늄이 쓰이지 않는 완제품이 없을 정도다.

한영알코비스㈜는 1970~80년대 한국경제 성장기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제조업 가운데 알루미늄 제조업으로 국내 시장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거뒀다. 알루미늄 로드의 기술 혁신화를 통해 전선 관련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한영의 창업주인 최명호 회장은 1956년에 알루미늄으로 냉장고용 냉각기를 개발해 국내 기업에 납품했다. 이후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20배 이상 저렴한 국산 알루미늄 판재를 내놓고 국내 시장을 석권했다. 한영이 만드는 냉장고용 냉각기 수가 곧 국산 냉장고의 생산 수와 비례할 정도로 독점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이후 냉장고 냉각기 독점이라는 강점에 힘입어 80년대 후반 ‘100만불 수출탑’을 달성하게 된다. 그 당시 대우와 LG, 삼성 가전 3사에 냉장고 냉각기를 독점 공급한 기업은 한영알코비스가 유일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반도체와 IT산업이 나라 경제를 이끌었고, 제조업의 위상은 예전만 같지 않았다. 내수 시장의 감소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야 할 위기의 기로에서 최 회장은 아들에게 제조업의 위기에 맞설 리더가 돼주길 부탁했다.

당시 최동수(사진) 대표는 37세의 대학병원 조교수로 지금의 업종과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경기고를 나와 경희대 의대에서 석사를 마친 엘리트였던 그에게 가업승계는 인생의 놀라운 반전이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의대 교수직을 버리고 자신의 전문분야와 연관 없는 사업을 시작하기란 쉽게 낼 수 있는 용기가 아니었다.

고심 끝에 1988년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 최동수 대표는 1991년부터 10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수출 판로를 개척한다. 스페인과 미국, 인도 등을 찾아가 알루미늄 제품 수출을 위한 시도를 했다. 대우전자와 함께 스페인에 제품을 납품하려던 계획은 지방 텃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고, 미국 시장도 경쟁 때문에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에 진출했을 당시 현지 기업인 월풀사가 사이즈별로 개발된 알루미늄 냉각기 제품을 보고 연신 “Great!”를 외쳤다. 그리고 계약으로 결실을 맺기도 했었다. 1996년 진출한 중국에 세워진 중국공장은 냉각기 부문 해외 수출의 전초기지로 멕시코, 일본, 인도, 태국, 폴란드 등 전 세계에 수출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런 경험들을 자산으로 한영알코비스를 기술력 하나로 승부하는 기업으로 변모시킨다. 국내 최초로 OPC 드럼 압출에 성공하고 FIN 자동 삽입 확관기를 도입해 생산성을 10% 이상 향상 시키는 등의 성과가 이를 반증한다.

알루미늄 판재 제조 기술을 꾸준히 향상시킨 한영알코비스는 최 대표 취임 이후 불량률을 15% 이상 감소시켰다. 이러한 성과는 특히 알루미늄 압출 사업에서 두드러진다. 종전에 일반적인 원형 튜브를 만들었다면 제품 성능의 효율화를 만들어낸 이후 튜브 내면에 굴곡을 만들어 20% 이상의 성능상승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최근 한영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준비 중이다. 인력 개발에 꾸준히 투자하고,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를 하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최 대표는 “사람들은 한영알코비스가 파이프를 만들어 돈을 번 회사라고만 알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 상품인 고내식성 튜브나 주름관이 있는 스파이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까지는 주력 제품이 알루미늄 소재상품이지만 소재 가공사업, 그리고 자동차 부품 경량화로 특수합금 알루미늄 사업에 도전하며 신규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값이 저렴하면서 전도율은 동과 동일한 알루미늄을 전선화하는 기술을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하고 있다. 튜브의 내식성 향상을 위해 튜브 외면에 UV코팅을 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이 제품이 개발되면 국내외 알루미늄 튜브 판매 시장 점유율이 5%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 역시 가업승계를 대비하고 있다. 최 대표의 아들 최원준 상무는 미국에서 MBA를 수료한 재원으로 포스코 전략기획실, 삼정 회계법인 등에서 근무한 엘리트다.

“2020년쯤엔 가업을 승계해야죠. 전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맞죠. 아들이라고 해서 특권이 있는 게 아니라 자기 그릇에 자기가 담는 거죠. 저의 선친께서도 승계 이후 ‘경영은 니가 알아서 하라’고 하셨고, 저는 그게 맞는 방향이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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