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이 추진중이다. 현행 집시법은 집회와 시위로 야기되는 타인의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전혀 보호하지 않고 있다. 도심 주요 장소와 도로를 점거한 집회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다수 대중의 고통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
따라서 집시법 개정은 표현의 자유라는 대의 명분아래 지금껏 무시돼 온 다수 국민의 기본권과 편익보호 측면에서는 이미 일찌기 이뤄졌어야 했다.
우리는 2001년 1만3천여건, 2002년에는 월드컵 등으로 인해 다소 줄어든 1만여건 등 매년 평균 1만여건의 집회, 시위를 치러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매년 수백여 건의 불법폭력시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며 화염병 출몰건수는 대폭 줄었지만 아직도 매년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 우리는 교통지옥과 더불어 폭력과 화염이 난무하는 과격폭력 시위 현장의 모습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최근 부안에서 보여준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과격폭력 시위는 그 주장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이 사회에서 어디까지의 폭력행위가 용인돼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노사대립 현장에서의 폭력시위도 이제 당연스러울 정도로 일상적인 모습이다. 만연한 과격폭력행위는 자살이라는 극한의 행동으로까지 이어져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올 8월까지 폭력사태를 포함해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 차질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과격 폭력행위 만연, 투자유치 발목
귀중한 자산을 투자하고 땀을 흘려 열심히 만들어낸 결과를 고스란히 다시 폐기하는 격이다. 대통령부터 기업체까지 외국인 투자유치에 발벗고 뛰어다니면 뭐하겠는가. 근로자의 과격시위 보도를 연일 접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우리나라에 투자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퇴근길 서울 도심을 점령하는 대부분의 집회시위는 주로 상급노동단체의 무슨무슨 결의대회, 기념대회 등 대규모 동원성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 인한 교통마비와 집회장소 주변의 사무실과 영업장소의 영업 방해 등의 사회적 손실이 참으로 아깝게 느껴진다.

타인의 재산·행복권도 함께 보장을
이제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함께 시민의 기본권과 사회적 손실에도 균형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집시법 개정안이 헌법상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불복종운동까지 벌이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손실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집시법 개정안의 개정취지는 도외시하는 주장이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다른 사람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도 함께 보장돼야 마땅한 것이다.
또한 현행 집시법은 폭력시위를 일삼는 단체가 동일 목적의 집회를 신고해도 아무런 제한을 할 수가 없어 결국 폭력시위를 방조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개정법을 통해 폭력전력이 있는 단체에 대해서는 동일 목적의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폭력시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이번 법개정안은 집회와 시위를 무조건 막고 보자는 것이 아니라 폭력시위 근절 및 교통마비, 테러에 가까운 소음 등으로 인한 업무 방해 등 문제가 명백한 사안들에 대해서만 균형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교통흐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주요 도로에서의 행진을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소음을 규제하는 것 등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마땅히 취해져야 할 조치들뿐이다.
따라서 동 법개정안은 조속히 입법화돼야 한다. 동 법개정안이 공공의 선과 표현의 자유의 조화를 통해 우리의 시위문화를 평화적으로 개선하는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법개정과 아울러서 ‘合法保障 不法必罰’의 대전제하에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 시위는 최대한 보장 보호하고,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는 엄정하게 대처해 법과 원칙에 따른 민주적 법치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기윤(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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