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간의 싸움, 대선자금 수사, 노조와 이익단체들의 과격 시위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글로벌 시대의 정치는 어느 정당이 더 실업문제 해결, 외국자본 유치, 집단간 갈등 해소,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느냐로 평가돼야 하는데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미국 경기는 되살아 나고,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일본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다시 재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는 그나마 수출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내수 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 같다.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 방안 필수
우리 경제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데 지금 상황은 이렇게 어려운가? 경제 침체 원인의 하나로 비전의 부재를 들수 있다. 새 정부는 1인당 GNP 2만달러와 동북아 경제 중심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를 거치지 못한 슬로건 수준이었지만 그나마 정치판 싸움에 밀려 화두에서 사라졌다. 비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실현해야 할 꿈이다. 국민 모두가 계층과 직업에 관계없이 공감하는, 실현 가능한 꿈이어야 한다. 쉬운 것은 아니지만 실현 가능해야 하고, 대다수가 공감하는 공통의 꿈이어야 하며, 구체적인 전략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 같은 비전의 기준으로 볼 때 정부가 제시한 비전과 그 추진 과정은 공감대 형성과 구체적인 전략에서 매우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공감대를 갖는 비전이 되려면 ‘1인당 GNP 2만달러, 동북아 경제 중심’이라는 추상적인 슬로건과 더불어 국민 개인의 가슴에 닿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표현이 필요하다. 즉 청년실업, 고용불안, 노후생활, 빈약한 사회보장, 각박한 삶, 시장 개방, 기업 환경, 정부 규제 등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답으로 국민 가슴에 희망을 줘야 하는 것이다. 국민 다수가 개인 문제를 해결하는 희망을 느낄 때 국가 비전은 국민 개인의 비전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 우리에게는 경제의 비전이 없다. 현재 고통을 겪고 있고, 미래에 닥칠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주장과 갈등, 불확실성만 존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공감대의 수단이 없다.
오육도, 삼팔선 등으로 표현되는 고용불안 현상에 대한 비전으로 ‘65세 정년이 보장되는 사회’를 비전으로 세울 수 있다. 혹자는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회의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비전이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위한 비전에 생각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현재 다수의 근로자는 능력과 성과에 관계 없이 근속연수에 따라서만 많은 급여를 받는 연공서열제를 옳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한 제도가 낭비와 비능률, 고용불안의 근본 원인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금 피크제, 연봉제, 성과급제 등의 급여 방식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운영된다. 국가 전체적으로 공공부문과 기업의 급여 소득 총액의 증가 없이 65세 정년 보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생산성에 비례해 개인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하다. 근속년수에 관계 없이 성과 중심의 급여체계라면 65세가 아니라 70세의 정년 보장도 가능한 것이다.

공감대 형성할 리더십 절실
또 하나의 문제는 비전 실현을 위한 제도 혁신과 개혁에 대한 기득권층의 저항을 극복할 전략이 없다는 사실이다. 연공서열제를 옹호하는 강성 노조, 연공서열제에 안주하는 공공부문 등에 ‘65세 정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고, 동참하게 할 주도 세력이 있어야 한다. 유연한 임금방식으로 ‘65세 정년’을 실현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는 세제나 예산 지원을 통해 성공적인 사례를 만드는 전략도 필요하다.
비전을 만들자.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저항을 부추킬 사람들에게 국정을 맡겨서는 안 된다.
비전을 만들고 비전을 향해 국민을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리더십과 공직자가 필요하다.

김승일((주)비즈턴 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