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 중국 시장서 ‘벼랑 끝 승부’

현대기아자동차의 대내외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지지부진한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극적으로 타결시켰지만, 24차례에 걸쳐 이뤄진 파업, 12차례에 이르는 특근 거부로 수조원대의 막대한 손실을 보고야 말았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87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1994년과 2009~2011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파업을 했다.

현대차 노조 파업 이슈를 보면서 매년 연중행사처럼 펼쳐지는 노사 대결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그 파장이 남달랐다. 사측이나 노조나 모두 큰 아픔과 상처를 얻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쪼그라드는 내수 시장과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판매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간의 너무 늦은 합의로 큰 피해를 봤다. 현대차가 추산하는 이번 파업 여파의 손실은 3조1000억원 규모다. 파업 기간 동안 뽑아내지 못한 자동차 생산대수만 14만대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러한 피해 손실규모는 지난해 현대차가 기록한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현대차 실상 공개한 내부 고발자 등장
현대차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자동차 브랜드이자 세계 빅5의 완성차 업체다. 매출규모로만 따져도 세계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글로벌 최강 기업이다. 매일매일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현대차의 내부 시스템은 엄격한 보안과 철저한 관리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돌아간다.

그런데, 최근 현대자동차의 결함 은폐 의혹을 공개한 내부 고발자가 나타났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재직 중인 부장급 엔지니어가 세타Ⅱ 엔진 결함 은폐 의혹을 국토부와 미국 당국에 제보했다는 것이다. 이 엔진은 현대 그랜저, 쏘나타, 기아 K7, K5 등 현대차의 주력 모델인 중형차급 이상에 들어가 있다. 이러한 엔진 결함 은폐 리스크는 앞서 설명한 노조 파업, 수출 감소, 내수시장 위축 등과는 또 다른 문제점이다. 다름 아닌, 세계적인 ‘리콜’ 도미노 리스크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주력 수출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크고 작은 리콜 사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에서 판매한 쏘나타 엔진 결함과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전액 수리비 보상을 약속했으며, 중국에서는 당국으로부터 현대차 SUV인 투싼 10만여대의 변속기 제어장치 이상으로 전량 리콜을 명령받았다. 한국에서는 국토부가 싼타페 에어백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고발조치했다.

도미노는 멈추지 않는다. 내부 고발자는 i30의 에어백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쏘렌토의 전기장치도 불량인데 둘 다 리콜을 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앞서 설명한 엔진 결함 은폐까지 포함하면, 현대차가 깨끗하게 풀어야 할 리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도 내부 직원의 제보에 따른 의혹이라면, 더욱 말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0년대 초반 품질경영으로 글로벌 빅5의 완성차 업체로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다. 그렇다면, 왜 품질 중심의 현대차에서 이러한 결함 리스크가 연달아 터지고 있는 걸까? 아마도 연달아 이어지는 파업과 자잘한 리콜문제 등이 복합되면서 자동차 생산단계에서 품질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점검할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글로벌 판매 800만대 힘들 듯
강성 노조의 파업과 자잘한 리콜 등이 현대차에 어떤 치명적인 성적표를 주고 있는지는 역설적으로 르노삼성자동차의 SM6 성공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외국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한국시장을 쉽게 넘보지 않는데, 그건 현대차의 지배력이 어떤 국가보다 강력하기에 그렇다. 요즘 언론보도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60% 후반대로 떨어졌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10대중에 7대는 현대차라는 소리다.

그런데, 반전의 기미가 바로 SM6에서 나왔다. 지난 3월 출시한 SM6는 국내 중형차 시장의 지형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쏘나타는 국민 중형차로 30년 가까이 한국시장을 지배한 강력한 모델이었는데, SM6 출시 이후 판매대수가 급격하게 감소추세에 있다.(올 3~9월 판매수: SM6 3만6000대, 쏘나타 2만7000대) 중형차 시장에서 밀리면, 아래로는 소형차와 위로는 대형차 모델도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싸움의 기본 원칙이다.

앞서 내부 고발자가 제보한 쎄타엔진2는 대부분 중형차급에 들어가는데, 이에 대한 결함 은폐 의혹을 현대차가 깨끗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현대차는 앞으로도 중형차 모델 경쟁에서 후진을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현대차는 최근 국내영업본부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곽진 부사장을 자문직으로 하차시키고, 미국 워싱턴사무소장을 지내고 있던 이광국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킴과 동시에 국내영업 총괄 지휘봉을 넘겨줬다. 이 부사장은 줄곧 해외 법인장을 맡으며 수출, 브랜드 전략 같은 분야에서 활약했다.

이미 국내시장은 글로벌 격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10%를 넘어선 지 오래고, GM과 르노삼성과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효과도 상당히 강력해 졌다. 이번 국내영업본부장 인사를 보면서 현대차가 국내시장을 이제 아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게 감지되는 부분이다.

어찌됐든, 현대차는 3년만에 판매대수가 800만대 밑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는 820만대였으나, 현재 상황을 반추해보면 790만대도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801만5745대를 팔았다. 2014년 처음 800만대 이상을 판매한 뒤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글로벌 판매량이 800만대를 넘었다.

자동차 판매대수 800만대는 상당히 중요한 기준이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도요타는 1015만대, 폭스바겐은 993만대, GM은 984만대, 르노-닛산은 849만대였다. 800만대를 넘어서야 글로벌 2, 3위 자리를 넘볼 자격이 된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입장에선 800만대 미달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중국시장이 현대차의 구원이 될까
결국 현대차는 새로운 생산기지 확장을 통해 파업 리스크와 내수시장 축소라는 위기를 해결하려고 한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가 그 중심인데, 최근 현대차는 중국 허베이성에 4번째 공장(연간 30만대)을 짓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중국에서만 총 8개의 생산 공장을 돌리고 있는데 이 규모만 연간 240만대라고 한다. 내년에 충칭공장까지 완공이 된다면, 현대차는 중국에서 연산 270만대 생산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3위를 기록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시장은 말할 것도 없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판 실력을 겨루고 있는 격전지로,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업체들이 모두 다 중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나서는 분위기라고 한다. 중국시장에서 제일 잘 나가는 브랜드는 폭스바겐으로 2017년 439만대, 2018년 500만대 생산대수 구축을 목표로 열심히 공장 증설 나서고 있고, 2위인 GM도 2017년까지 생산규모를 290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르노닛산, 도요타, 혼다 등도 비슷한 전략이다.

이처럼 빅5들이 앞다퉈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놓치면 앞으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대차는 중국에서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고속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을 분석할 때 국내 언론은 거의 모두 긍정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현대차는 최근에 중국법인의 경영진을 대거 교체했다. 원인은 판매 실적 부진으로 판단된다. 현대차는 2015년 판매 증가율 면에서 두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할 만큼 뒷걸음질을 쳤다. 그 추세는 올해 3월까지 이어졌다가 그나마 최근 조금씩 회복을 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제자리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차의 질주를 멈추게 하는 곳이 다름 아닌 일본 브랜드들이다.

르노닛산, 도요타, 혼다 등 이른 바 일본 빅3가 현대차의 지분을 조금씩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시장의 3위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토종 브랜드들도 값싼 가격을 무기로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어서 현대차로서는 지금 쫓기는 입장이다.

이래저래 현대차는 지금 위기경영 속에 빠졌다. 800만대 마지노선도 무너지고, 내수시장의 지위도 상당히 약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중국 내수시장 물량도 과거처럼 폭발적이지 못하다. 현대차 속도계기판에 심각한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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