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마무리된 지 딱 일주일 만입니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은 경영 쇄신안도 밝혔습니다. 신 회장이 발표한 쇄신안의 핵심은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고용도 늘리겠다는 겁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점입가경의 위기에 봉착했었습니다.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은 아직 마무리 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집안싸움에 정신없는 와중에 검찰의 기업수사가 100일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그간 국민들에게 롯데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많이 실추됐습니다. 롯데와 같은 대기업일수록 이미지와 신뢰를 향상·유지하는 것이 최대 과업입니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 혁신의 첫 단추를 도덕성의 회복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롯데 회장 직속의 준법경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3개의 계열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정책본부를 축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계열사의 책임 경영을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신 회장이 이어서 밝힌 쇄신안은 투명성입니다. 롯데만큼 내부 사정이 철저하게 장막에 둘러 싸여 있는 대기업도 드뭅니다. 일각에서는 군대 조직만큼 보안을 지키는 곳이라고 혀를 내두릅니다. 내부 현금 흐름도 상당히 좋아서 롯데는 그간 주식시장 상장에도 상당히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시작으로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등의 추가 상장도 추진한다고 장담했습니다. 호텔롯데는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단에 놓여 있습니다.

도덕성과 투명성. 신동빈 회장이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그룹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놓은 두장의 카드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일자리 창출도 약속했습니다. 5년간 40조원을 투자해 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자회견 내용만 들으면, 정말 롯데그룹이 180도로 바뀔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롯데의 현재 경영 및 지배구조 상황은 1년전이랑 큰 차이는 없습니다.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겁니다. 또한 일본롯데홀딩스로 인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유출되고 있는 점도 바뀌지 않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1700억원대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몸입니다. 모든 혐의를 벗기 위해서 1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분명한 것은 롯데그룹이 쇄신안을 통해 혁신의 길을 가려고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입니다. 신 회장이 약속한 대로 걸어갈지 언론과 대중은 꾸준히 지켜볼 것입니다. 신격호의 롯데와 신동빈의 롯데가 다르다는 걸 이번 기회에 보여줘야 합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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