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360바이’를 만든 치앙동 리처드 리우(Qiangdong Richard Liu)는 어떻게 ‘360바이’를 구상하게 됐을까. 한 해외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가진 리우는 360바이의 성공이 영감이라기보단 절망의 산물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말 치명적인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사스’가 중국에서 발발했지만, 공포스러운 수개월간 수십명이 사망할 때 아무도 원인과 치료법을 몰랐다. 사람들이 집에 움츠리고 있는 동안 전국의 상점은 문을 닫았다.

4개 도시에 12개 점포를 보유했던 리우의 전자제품 유통업은 벌이가 짭짤했다. 그러나 사스 창궐은 심각한 타격이었다. 리우는 “당시 큰 손해를 봤다”고 말한다. 그는 꼼짝 않고 집에 있었지만, 미칠 것 같았던 그의 직원 일부는 베이징의 사무실로 슬쩍 들어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 중 한명이 인터넷을 통해 회사 재고의 일부를 옮기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깨달음의 순간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다. 리우는 “당시엔 인터넷이 뭔지도 잘 몰랐다”고 전했다. “진지하게 말하건대 나는 그때까지 인터넷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리우는 해당 아이디어를 승인했다.

그리고 2005년이 되자 그의 소규모 전자제품 유통업은 인터넷 판매로 1200만달러를 벌어들일 만큼 성장했다. 그는 회의를 소집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 기업으로 전환해야 되는지 점장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때 모두가 온라인 사업에만 집중하는데 모두 동의했고, 2005년 말 360바이의 모태가 탄생했다.

360바이는 현재 중국 전역에서 1만2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도서와 음악 사업에도 진출한 360바이는 기술업계에서 가장 노련한 일부 자본세력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페이스북, 징가, 그루폰에 자금을 대는 러시아 회사 디지털 ‘스카이 테크놀로지’가 5억달러를 이 회사에 투자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와 애플, 구글, 유튜브에 투자한 우량 벤처회사 세쿼이아 캐피털 또한 이곳에 자금을 댔다.
360바이가 여타 온라인 소매업체보다 유리한 점이자 월마트 같은 투자자를 끄는데 도움이 된 요인은 바로 철저한 물류관리다. 고객이 오전 11시 전에 주문을 넣으면 당일 오후 6시 전에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한다.

이와 비슷하게 오후 11시 전에 주문한 고객은 익일 오전 9시 전에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각 배송 직원은 ‘포스(Point Of Sale · POS)’ 단말기를 휴대해 고객이 상품을 받을 때 은행 직불카드로 물건값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한다.

게다가 배송직원은 회사의 ‘100분 정책’에 따라 고객이 상품에 대해 불만을 가질 경우 불만 접수 후 1시간40분 안에 고객의 배송지로 돌아간다.
360바이의 배송 시스템은 올 연말 전자상거래 업계 최대 라이벌인 ‘당당닷컴(Dangdang.com)’등 타 회사가 유료로 사용하게 될 만큼 매우 효과적이다.

즉각적인 매출을 내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중국 소매 전자상거래 업계는 가격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고 이는 아무에게도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몇년 전 360바이의 1차 자금 조달에 참여했던 한 벤처 투자자의 표현처럼 “보다 혼잡해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 리우에게 360바이의 주요 경쟁사를 물어보면 ‘수닝(Suning)’을 최대 라이벌로 꼽는다. 효과적으로 온라인에 진출한 수닝은 전자제품 판매상의 가격 인하에 보다 많은 영향력을 휘두른다고 평가받는 중국 최대 오프라인 전자제품 유통업체다.

소규모 전자제품 상점 주인이었던 리우는 그런 아이러니를 놓치지 않는다. 10년 전엔 중국 선두 전자제품 유통사와 경쟁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리우가 보유한 현금과 300개 도시를 아우르는 배송 네트워크는 우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새로운 돈벌이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해낼 필요는 있다. 그가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리우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단순 명쾌하게 말했다. 리우가 제대로 알고 있듯이, 영감은 가장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얻는 법이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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