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나홀로 성장하며 골목상권 장악

 

국내 편의점 수가 3만개를 돌파했다. 1989년 5월 세븐일레븐이 송파구 방이동에 국내 1호점을 선보인 지 27년만이다.

이는 편의점은 1인 가구 증가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지만, 대기업의 가맹정 방식으로 운영되는 편의점의 무분별한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국내 전체 편의점 수는 3만3000여개에 달했다. 가장 많은 CU(씨유)가 1만634개, GS25가 1만486개, 세븐일레븐이 8486개였고, 일본계인 미니스톱이 2326개, 신세계가 운영하는 위드미가 1615개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2만8994개였다.
2013년 1.2%에 불과했던 편의점 시장 성장률은 2014년 4.7%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1.4%로 껑충 뛰었다.

매출 규모 역시 2013년 12조8000억원이었으나 2014년에는 13조8000억원, 2015년 17조20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편의점 시장 매출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이같은 편의점의 급속한 성장은 소규모 슈퍼 등 골목상권을 지켜오던 자영업자들의 ‘눈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충북충주시수퍼마켓협동조합과 충북·청주 경실련은 충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의점 업계 1위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담배 판매에 의존해 살아가는 골목상인마저 거리로 나앉을 판”이라며 “각 지자체는 담배 판매점 거리제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목상권의 슈퍼마켓 가운데 상당수는 담배 판매액이 전체 매출의 4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는 소매인 영업소 간 거리를 50m 이상으로 하되 거리, 측정 방법 등 구체적 기준은 지역별 인구, 면적, 특성을 고려해 지자체장이 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다.

충주시 연수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기자회견에서 “2007년 300평 크기의 가게를 열었는데 주변에 대기업 점포가 잇따라 들어와 막대한 타격을 입어 부도가 났다”며 “10평짜리 가게를 꾸려가며 겨우 먹고 사는데 직선거리 30m도 안 되는 곳에 B사 편의점이 또 들어설 예정이어서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충주 지역의 슈퍼마켓은 2001년 430개 정도였다가 대형마트와 편의점 입점 등으로 지금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경실련은 “B사가 담배 판매업 허가를 위해 출입구 위치를 변경하는 꼼수까지 쓰려고 한다”며 “최소한의 상도의도 없는 입점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제대로 된 대기업이라면 골목상인들의 피와 눈물을 빨아먹고 성장해선 안 된다”며 “편의점이 난립하면 편의점 점주도 ‘제살 깎아먹기’ 출혈경쟁에 내몰린 채 본사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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