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창업의 길]네이처젠

정든 회사를 나왔다. 꼬박 서른해 만이었다. 섭섭하기도 했지만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다.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한 장석윤(사진) 네이처젠 대표는 1983년, 럭키중앙연구소(현 LG생활건강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초반 10년은 화학 분석 관련 실무를 담당했고, 그 다음 10년은 구강제품 연구팀장을 맡았다. 팀장 시절 그가 도전했던 업무는 치아미백 제품개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보니 치아미백 패치를 개발하는 등 치아미백 제품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돼있었다. 회사에서의 마지막 10년 동안 그는 LG생활건강연구소를 이끄는 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생활건강 제품개발을 진두지휘했다.

30년차 베테랑 연구원, 창업을 꿈꾸다
30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 하고 나서는 맘껏 쉬었다. 1년이 지나고 2년차에 들어서자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뭔가를 해야 할 때였다.

마침 콘텐츠 관련 사업을 시작한 지인을 통해 창업진흥원을 알게 됐고 그렇게 방문한 창업진흥원에서 연구원 출신의 창업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창업맞춤형 사업 연구원 창업 프로그램’이었다.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창업을 결정한 후 이제는 세부 아이템을 찾을 차례였다. 치아미백 분야를 연구하며 아쉬웠던 점을 하나둘씩 떠올렸다. 그러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안정화된 치아미백 원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치아미백 할 때 쓰이는 주성분이 바로 과산화수소입니다. 분자량이 작아서 같은 농도일 때 제일 미백 효과가 탁월하죠. 그런데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에 제약이 많습니다. 저는 바로 이 점에 착안했습니다. 과산화수소를 안정화시킨 치아미백 원료를 만들어보기로 한 겁니다. 성공한다면 맛과 향을 다양하게 만들 수도 있고 단가도 많이 낮출 수 있었으니까요.”

고민을 거듭하던 중 창업맞춤형사업 연구원 창업 프로그램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노력에 대한 대가도 나타났다. 드디어 과산화수소를 안정화시킨 치아미백 원료를 개발한 것이다.

장 대표가 개발한 치아미백 원료는 사실 기존의 과산화수소 원료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 하지만 다양한 원료를 사용할 수 있기에 제조단가는 현재보다 훨씬 저렴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품 연구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것이 네이처젠의 결과물이 주목받는 이유다.

네이처젠을 설립한 후 지난 6개월간 제품개발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청의 ‘창업맞춤형사업 연구원 창업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자금지원도 도움이 됐지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창업교육이었다. 장 대표는 마케팅, 회계, 기술사업화, 네트워킹, 법인 설립, 디자인 등을 교육 받았다.

아직 창업 초기지만 네이처젠의 시선은 해외를 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그 잠재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가능성의 땅이다. 장 대표는 처음부터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진부를 깨고 새로움을 만들어가다
“중국에 가보면 아시겠지만, 어르신들 중에 유난히 치아가 검은 사람들이 많아요. 예전에 많이 썼던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이라는 항생제의 부작용 때문이죠. 그리고 중국인들은 물 대신 차를 많이 마시잖아요. 그래서 치아가 누런 경우가 많아요. 테트라사이클린에 의한 내인성 착색과 차 문화에 의한 외인성 착색. 전 여기에서 치아미백사업의 가능성을 목격했습니다. 추후에 진출한다면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장 대표는 서두르지 않는다. 네이처젠을 설립하면서 세운 제1원칙이자 모토이다. 인위적인 느긋함이 아니다. 연륜과 경험에서 온 진정한 느긋함이다.

“남들과 똑같은 제품으로, 똑같은 시장에서 싸우고 싶지는 않아요. 현역 때 미처 적용하지 못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정말 많아요. 이것들을 끈기 있게 다듬고 연구해서 제품으로 실현해나갈 겁니다. 그래서 네이처젠을 ‘생활용품 분야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고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희한한 회사’로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제 최종 목표입니다.”

방긋 웃는 그의 미소가 유난히 하얗게 빛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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