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등을 통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왔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른 이후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높이는 제4차 산업혁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1~3차 산업혁명과는 달리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가나 기업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어 국내 산업계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4차 산업혁명 준비 25위
하지만 국내 4차 산업혁명의 대응은 세계 흐름에 크게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스위스 UBS은행이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준비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비교 가능 국가 25곳 중 4차 산업혁명 준비가 가장 부실한 나라로 꼽히기도 했다. 일본은 12위, 대만이 16위였는데 이보다 낮은 것이다. 한국은 5개 평가요소 가운데 적합한 교육 시스템과 사회간접자본 등에서 19위와 20위를 차지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작년에 스마트홈 플랫폼 업체 ‘스마트싱스’를, 올해 6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를, 이달 초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 랩스(VIV Labs)를 각각 인수해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술 획득에 나섰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자율주행차·전기자동차·수소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으며, SK텔레콤은 최근 인공지능 음성 비서 스피커 ‘누구나’를 내놓았다. 대기업들이 지능정보기술 개발을 위해 손을 잡은 최초의 민간 연구기관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도 지난 10월 개원했다.

中企 대응력 크게 떨어져
하지만 이에 비해 중소기업의 대응상황은 크게 부족하다. 제조 중소기업 10곳 중 5곳은 ‘4차 산업혁명’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 업체도 1%가 채 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10월 31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전국 제조 중소기업 300곳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소기업 인식 및 대응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2.3%가 산업혁명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들어만 봤다’는 응답도 36.3%에 달했다. 내용을 알고 있다고 답한 이는 11.4%에 그쳤다.

준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의 0.3%로 1%가 채 되지 않았다. 전체의 6%는 ‘준비·대응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93.7%였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 속도에 제조업이 적응 못할 경우에는 49.7%가 ‘2020년 내’, 40.0%가 ‘2025년 내’, 10곳 중 9곳이 10년 내 제조업 경쟁력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최윤규 중기중앙회 산업지원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경제구조가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전략 마련과 창의적 인재 양성, 신산업 육성을 위한 법률 정비 및 규제 혁신 등 선제적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계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규제개선과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정보센터소장은 “한국은 하드웨어형 산업 구조에서 소프트웨어형 산업 구조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서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위시한) 신산업 구조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려면 규제개혁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중해 KDI 선임연구원도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망치는 5적으로 규제와 함께 △근시안적인 연구개발(R&D) 정책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조업 △취약한 벤처·스타트업 환경 △취약한 디지털 인프라 등을 꼽으며 과도한 규제를 신산업의 저해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내년 3월까지 중장기전략 수립
서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신산업혁명에 대한 준비성은 5가지 측면에서 미국·독일·일본·중국에 크게 뒤져 있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때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에 대응마련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4차 산업혁명과 인구변화, 사회자본 등 3대 분야를 중장기전략으로 선정하고 내년 3월까지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기 중장기전략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유 부총리는 “4차 산업혁명은 세계시장의 승자독식을 심화하고, 중간숙련 일자리까지 기계로 대체해 ‘제2의 기계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정부는 성장과 고용, 산업구조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노동과 교육, 규제 등 경제시스템을 이에 걸맞게 개혁하는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장기전략위원회는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2012년에 기재부에 신설됐고 같은 해 12월과 지난해 12월 두 차례 종합적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앞서 민간위원들의 건의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인구구조 변화, 사회자본 확충 등을 3기 위원회의 3대 과제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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