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다 웨어러블 기술에 더 열광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바로 현장 기술자들이다. 내슈빌(Nashville)에 소재한 건물수리업체 리 코퍼레이션(Lee Co.)은 수십년 동안 수리공, 엔지니어, 전기 기사, 배관공 등 숙련된 기술자들을 고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많은 미국 현장 노동자들이 줄지어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이 회사는 빈자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CEO인 리처드 퍼코(Richard Perko)는 “회사의 핵심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숙련된 기술자들이 더 이상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회사가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은퇴를 앞둔 기존 기술자들이 장비가 설치된 지붕까지 올라가 작업을 하는 게 항상 최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그는 중앙지휘본부를 세워 ‘제도적 지식(institutional knowledge)’을 축적하고자 한다. 어떻게 하는가? 나이든 전문 기술자들을 핵심 인력으로 구성하고, 기술을 도입해 덜 숙련된 젊은 기술자들의 현장 작업을 돕는 것이다. 젊은 기술자들은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분리가 가능한 메모리 기억장치, 무선 안테나 등이 탑재된 특수 보안경을 장착한다.

그리고 휴대폰에 연결된 블루투스를 통해 작업 과정을 중앙지휘본부에 실시간 비디오로 전송한다. 베테랑 근로자들은 중앙지휘본부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며 지시사항을 하달한다. 리처드 퍼코는 내슈빌의 신생기업 엑스오아이 테크놀로지스(XOEye Technologies)가 만든 이 ‘스마트’한 보안경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게임 체인저’라고 말한다.

이 기술 덕분에 보다 빠른 문제 해결이 가능해졌고, 젊은 현장 기술자들이 더 빠르게 배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클라이언트에겐 작업 완료 확인을 받을 수 있도록 보고서가 전송된다. 시험 결과에 만족한 그는 전체 직원 800명 중 300명에게 499달러짜리 이 보안경을 씌울 작정이다.

일반적으로 정비업계는 기술 도입이 늦다. 지난 10년 동안 이 업계의 가장 큰 혁신은 차량의 GPS센서 장착이었다. 하지만 이제 정비업계도 건설, 제조, 에너지, 유전서비스, 그리고 원격의료업계와 더불어 시간 절약과 실수 줄이기라는 장점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의 도입을 간절히 기다리는 얼리어답터가 되고 있다.

산업 기술자들이 일반 소비자들보다 웨어러블 기술을 더 빨리 받아들일 것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다. 이들은 손을 쓰며 일하기 때문에 이 기술은 반드시 손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기술이어야 한다. 작업 중 보안경을 쓰는 건 흔한 일이기 때문에 그들은 남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작업만 더 용이하게 해준다면 음성 제어 컴퓨터를 얼굴에 착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공장 수리공들도 상황은 유사하다.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면 공장 기계가 고장 날 때마다 주변 시야로 경고를 확인할 수 있다. 인디애나 주에 위치한 가공서비스 기업 아이탬코(Itamco)는 수리공들이 작업 중 부품과 도구를 잘 구분하도록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의사들의 경우, 클립보드나 아이패드를 이용한 데이터 기록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지만, 스마트 글라스를 이용하면 음성 명령을 통해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을 수 있다.

또 건설 현장에 스마트 글라스를 도입하면, 머리 위에서 배관작업을 하는 박판공들이 클립보드의 지시사항을 읽느라 작업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
기업들의 웨어러블 기술 도입은 구글에겐 희소식이다. 구글 글라스가 비록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선 외면당하고 있지만 웨어러블 기술 분야에선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글라스 앳 워크(Glass at Work)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글라스 앳 워크는 기업들이 업무에 구글 글라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업용 앱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APX랩과 오그메딕스, 웨어러블 인텔리전스 등 5개의 업체들이 개발파트너로 참여했다. 구글 대변인 소피 밀러(Sophie Miller)는 “(구글 글라스에) 더 많은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라스 앳 워크는 기업용 앱에 대한 관심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구글의 전략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용은 언제 나올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처럼 이 기술을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곳은 기업들이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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