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은커녕 체불 해소도 빠듯…한시가 급한 ‘돈맥경화’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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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은커녕 체불 해소도 빠듯…한시가 급한 ‘돈맥경화’해법
  • 이권진 기자
  • 호수 2104
  • 승인 2017.01.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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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찬 2017년 새해가 밝았지만, 소비심리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11일 경남 거창군의 한 전통시장 상인들이 중무장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례1. 경기도 수원에 있는 자동차부품 회사를 A사의 최모(62) 대표는 설 연휴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혼란스럽다. 지난해부터 회사 자금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이번 설 명절 상여금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직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올해 새로운 희망을 갖고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을지 좀처럼 확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사례2. 대구에서 섬유 관련 제조업을 하는 B사의 박모(55) 대표는 은행 문턱이 여전히 높은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부에서는 자금 지원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하지만 막상 은행에 가보면 대출심사는 더 까다로워졌다”며 “우리 같은 영세 중소기업에겐 설 명절을 앞두고 자금운용에 큰 애로가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올해 설 연휴(1.27~1.30)가 빨리 찾아오면서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넉넉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주름살이 더 깊어지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소비 심리는 바닥으로 떨어져 좀체 되살아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다가, 여러 정치적 이슈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과연 올해 사업을 무난히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중소기업들이 올해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히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연초 발표한 ‘2017년 중소기업 경기전망 및 경제환경 조사’(중소기업 2779개를 대상으로 조사)에 따르면 올해 경기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각각 48.2%와 39.6%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중소기업 10곳 중 9곳(87.8%)이 올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새해가 밝아오면 기업들은 저마다 신년회를 갖고 희망의 불씨를 피워 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위와 같이 대부분의 중소기업계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유행으로 중소업체와 소상공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소비심리를 좌우하는 서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는 더 크게 뛰고 있어 문제다.

더욱이 경기가 꽁꽁 얼어붙는 기간이 장기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쏟아진다. 올해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는 83.1로 2014년 94.5, 2015년 92.9, 2016년 86.2로 3년 연속 떨어졌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심화로 중소기업 체감경기가 3년째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주물공장을 운영하는 C사의 최모(58) 대표는 “요즘 분위기만 놓고 보면, 마치 IMF외환위기랑 비슷해서 걱정”이라며 “진짜 위기가 범람하기 전에 경제 상황을 신속하게 살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경기불황에서 중소기업의 설 자금 악화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며 “대기업은 자체 현금보유로 이러한 경기 변동을 이겨내겠지만 매출액 변동이 심한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 환경도 개선사항이다. 금융권에서도 매출액 등 정량정보가 아닌 정성정보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관계형 금융’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할 시기란 말도 나온다.

정부, 中企지원 팔걷고 나선다
정부도 설 민생안정대책이 올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초석이란 점을 인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총 22조원 규모의 대출·보증과 함께 임금 체불 근로자를 위한 저리 대출도 지원하는 설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우선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21조2000억원, 보증 9000억원 등 총 22조원 규모의 설 특별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는 지난해보다 8000억원이 늘었다.

아울러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무담보·무보증으로 운영자금을 대출해주는 미소금융을 점포당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신보 보즘은 1조5000억원(신규 대출 9000억원, 만기연장 6000억원)으로 강화키로 했다. 특히 최근 고병원 AI 피해를 본 생닭·오리 판매점, 음식점, 제과점 소상공인을 위해서도 업체당 7000만원씩 특별 융자를 실시한다.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을 위해서는 조달청이 관리하는 건설현장의 하도급 대금 567억원을 설 전에 조기에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 회원사에 하도급 대금을 설 명절이 시작되기 전에 지급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하도급 대금 불공정행위 신고센터, 납품업체 인터넷 신고센터를 운영해 대형건설업체나 백화점·마트의 갑질도 단속하기로 했다. 기한이 지나 신청한 근로장려금이나 중소기업이 과다납부한 법인세 158억원, 저소득가구가 받지 않은 환급금 604억원도 설 전까지 신속하게 돌려주기로 했다.

시중은행, 내달까지 만기연장 27조 편성
시중은행들이 설 명절을 맞아 일시적으로 자금 부족을 겪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운영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수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내달 중순까지 총 42조원 규모의 설 특별자금을 편성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을 지원한다.

이번 특별자금은 신규대출이 15조원, 만기연장이 27조원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자금규모는 지난해 설보다 7조원, 추석보다는 3조원 많은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시중은행들이 자금 지원에 나서는 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중소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소득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은 345.8%로 2015년 말(328.2%)과 비교하면 9개월 사이 17.6%포인트 급등했다. 수입은 제자리인데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게다가 부실 중소기업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늘어나는 등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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