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들어 국내 중소제조업의 생산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뒤따르게 되는 필연적인 결과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가 지나쳐서 중소기업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지방의 중소제조업 생산은 서울에 비해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방기업의 자금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고 어음부도율 역시 계속 상승하면서 생산위축, 자금사정악화, 부도율 상승, 지방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적으로 뒤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에 수출 호조로 침체된 경기가 다소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민간 소비가 여전히 부진하고 실업률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경기회복을 통한 중소기업의 생산력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최근에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가 대기업을 앞질렀다는 통계자료를 보면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던 국내 산업의 공동화와 중소기업, 특히 중소제조업의 기반 붕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걱정스럽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데 전념해야할 관계 기관과 집단들은 다른 현안에 눌려 중소기업의 비명소리에는 아예 귀를 막고 있으니 우리 중소기업의 앞날이 참으로 암담하게만 느껴진다.

中企 어려움 외면하는 정부
지난 몇 십년간 ‘중소기업의 육성과 지원’은 역대 정부들이 가장 소리 높여 제시하던 정책현안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적 성격이 강하고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어 중소기업이 강자로 거듭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과는 달리 정책의 관심권 안에서 그럭저럭 생명을 유지해올 수는 있었던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 정책이 무조건적인 지원과 육성보다는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뀐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다. 그러나 그 후의 상황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살아남기 위한 자구노력마저 무력화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생력 강화’는 악화되는 환경 속에 그냥 방치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소제조업 활성화에 총력을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기초가 워낙 약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먼저 그 약해진 뿌리로 영양분을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토양환경을 개선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바로 잡아야 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재정립해야 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통해 노동자들의 집단활동이 기업경영에 장애가 되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인력난, 일시적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서 빨리 헤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중소기업의 자생력이 어느 정도 강화돼 자체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된 다음에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 중소기업 스스로 국내와 국제 시장에서 품질과 가격 그리고 서비스로 승부하면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절대적 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성장없이 대기업이 성장할 수 없으며,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한국경제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 우리가 배불리 살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중소기업의 정책방향을 재점검하고 그 단계별 실천방안을 구체화해 우리의 중소기업, 특히 중소제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학계와 정계, 산업계 역시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중지를 모아 중소기업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 영 배(세명대학교 경상학부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