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이었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825만대 판매 목표를 천명했죠. 최근의 글로벌 저성장세의 지속 상황을 보더라도 역대 최고 목표치를 제시한 건 정말 과감한 목표입니다.

특히 완성차 회사들은 연초 목표치에 맞춰 한해 동안의 생산 시스템을 정비한다고 합니다. 현대차는 이미 멕시코와 중국 창저우 공장, 충징 공장 등의 성공적인 가동으로 10개국 35개 생산공장 체제를 완비 중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요즘 현대차그룹의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기아차는 중국에서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하는데요. 우선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의 세단 경쟁력이 갈수록 불안하다는 분석입니다.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의  최대 경쟁자는 일본 도요타죠.

도요타의 캠리는 미국 중형세단 시장에서 1위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39만대를 팔아치웠습니다.

반면에 현대차 쏘나타의 미국 판매량은 캠리 절반 정도 수준입니다. 좀처럼 이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판매량이 줄고 있습니다. 세단의 고객층은 한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충성도죠. 한가지 브랜드에 빠지면, 다음 모델을 선택할 때도 타던 브랜드를 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현대차는 이게 고민입니다. 쏘나타 보다 한 단계 윗급인 세단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국내시장에서 신형 그랜저를 출시했죠. 그러자 기존 그랜저 모델들이 미국에서 판매부진으로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었습니다. 지금 현대차는 쏘나타와 그랜저라는 두가지 무기로 미국 세단시장을 집중공략해야 할 상황인데요. 여전히 그 입지가 작다는 게 약점입니다. 825만대 고지를 점령하려면 미국 시장에서 세단 판매량이 적어도 지난해보다 1.5배 이상은 증가해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부침을 겪지만, 기아차는 도리어 관심의 대상입니다. 지난 8일 미국 미시건주에서 열린 ‘2017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기아차는 고성능 스포츠세단 ‘스팅어’(K8)를 공개했고 이를 통해 기존 판매차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팅어는 상반기 출격 예정입니다. 현대차의 쏘나타와 그랜저는 이번 오토쇼에 등장도 하지 않았죠. 사실 딱히 대단한 기술이나 디자인 변경이 없었단 겁니다.

기아차의 스팅어가 미국에서 잘 팔릴수록 현대차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질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현대차 브랜드 보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전면에 앞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쏘나타나 그랜저에 대한 글로벌 마케팅도 공격적이지 않은 겁니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G70이라는 고성능 스포츠세단을 출시합니다. 기아차의 스팅어와 동일한 플랫폼을 쓰는 모델이고, 엔진과 파워트레인도 같다고 합니다. 쌍둥이란 거죠. 현대차의 세단시장의 경쟁 상대는 일본 캠리 뿐만 아니라 기아차도 들어갑니다. 셈법이 복잡해지겠지요.

기아차는 미국에서 조금씩 각광 받지만, 중국에서 주춤거립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기아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이 4000억원에 달하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아차 재고가 너무 쌓여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보상을 요구하는 중국 딜러 100여명이 보유한 재고량은 대략 15만대입니다. 기아차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죠.

그래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목표로 한 825만대 달성이 의문입니다. 내수시장에서야 무소불위의 위치지만 추가적인 판매 숫자를 늘리려면 해외에서 선전해야 합니다. 정말 쉽지 않아 보입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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