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사라진 특수…택배 물량 작년 절반 수준

▲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 제수 등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설 대목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매상은 그대로에요. 지난해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어요. 명절 앞두고 장사가 이 만큼 안 된 것도 처음인 거 같습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박모(51) 씨는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표정이 밝지는 못했다.
과일 가격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비슷하거나 떨어졌는데도, 사는 사람이 적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하고 비교해 보면 손님이 크게 준 것 같지도 않은데, 매상이 안 오르는 것 보면 이상해요. 평소보다 시장 주변에 차도 늘어났고, 물건 보러 오는 사람도 많은데 말이죠.”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42) 씨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80% 가까이줄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손님은 북적이지만, 막상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 게 요즘 전통시장의 풍경이다.

근본적인 전통시장 육성책 절실
침체된 설 대목 소비심리의 직격탄은 계란과 닭을 파는 상인들에게 떨어졌다.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 탓에 상점 앞을 그냥 지나치는 손님만 있을 뿐 가격을 묻지도 않는다. 계란 가격은 AI 사태 이전보다 거의 두배 가량 치솟았기 때문에 제수 필수품임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설 명절 선물로 택배를 보내던 물량도 눈에 띠게 줄어드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인근 택배취급소에는 각종 박스가 수십 개 쌓여 있지만, 지난해 만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택배취급소 관계자는 “택배 접수가 전년대비 급격하게 줄어서, 택배 보관 사무실이 좀 썰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시장의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는 전통시장 지원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성수품 특별공급기간(1월26일까지)을 정해 계란을 포함한 필수품의 공급을 1.4배 늘리고 있으며, 온누리상품권 판매와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이밖에도 명절 긴급자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시중은행과 함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소비심리를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경제부양과 소상공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 지원책 보다는 전통시장 이미지 개선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인 접근과 정책이 필요하단 요구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매년 명절에 맞춰 여러 지원책이 쏟아지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상인들은 대형마트와의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대형마트 보다 값이 저렴하고 질이 좋은 농축수산물을 보유한 전통시장에 대한 방문이 높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세심한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유통 업계 전반적으로 침체
이러한 소비심리 위축은 전통시장에만 악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서울과 6대 광역시의 1000여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4년만의 최저인 ‘89’로 집계됐다고 최근 밝혔다.

RBSI가 80점대를 기록한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유통업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수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업태별로는 인터넷쇼핑몰(108), 홈쇼핑(104)을 제외한 백화점(89), 슈퍼마켓(85), 대형마트(79), 편의점(80) 등 다른 모든 업종의 경기가 지난 분기보다 어두울 것으로 전망됐다.

유통기업들은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부진’(50.2%) ‘업태 간 경쟁 격화’(15.1%) ‘업태 내 경쟁 심화’(13%) 등을 꼽았다.
1분기에 예상되는 경영애로 요인은 ‘수익성 하락’(42.6%) ‘인력부족’(13.3%) ‘유통 관련 규제강화’(12.5%)‘자금사정 악화’(10.9%) 등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국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까지 이뤄져 유통업계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며 “청탁금지법 이후 맞이한 첫 명절이지만 설 특수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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