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도 기술력이 우수하면 대출·투자를 지금보다 수월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중소기업 등에 186조7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할 방침이다. 이밖에 기업의 신용위험평가는 더 깐깐하게 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임종룡)는 지난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실물경제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실물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정책금융 확대 △미래 신성장 분야 효율적 지원시스템 구축 △2단계 기술금융 발전 로드맵 △새로운 구조조정 마련방안 등이 제시됐다.

중소기업 위주 186조 정책자금 공급
먼저 정부는 한층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고려해 역대 최대 규모로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나서 중소기업 위주로 186조원 이상을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정책자금 총공급액은 역대 최대 수준은 186조7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178조7000억원 대비 8조원 증가한 것이다.

기관별로는 산은이 62조5000억원, 기은이 58조5000억원, 신보가 45조7000억원, 기보가 20조원을 각각 공급한다.
정책금융기관 자금공급은 지난 2013년 164조1000억원, 2014년 174조3000억원, 2015년 182조6000억원씩 이뤄졌다. 올해 정책자금 중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조달 애로 해소에 128조2000억원을 사용한다.

창업·성장·재기지원 등 중소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른 맞춤형 지원과 유동성 공급을 위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등을 도울 예정이다. 생계형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기업당 최대 2000만~3000만원 한도에 0.5%포인트까지 금리감면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소상공인 전용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원규모는 3000억원 수준이다. 중견기업 성장기반 확대를 위해 21조8000억원을 공급한다.

우수 기술기업 대출 지원
또한 기술 금융 발전 로드맵을 추진해 기업의 기술평가 지표를 개선할 방침이다. 우수 기술을 보유해도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나 투자 유치가 어려운 기업이 많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기술기업에 대한 지원은 여신심사와 기술평가가 통합된 새로운 여신모형을 통해 이뤄진다. 기존에는 기술금융을 통해 대출이 이뤄지더라도 기술금융평가와 신용평가 등으로 이원화됐지만 새로운 기술신용등급을 산출할 때는 신용평가항목에 기술금융평가 내용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대출 가능성과 한도가 높아지고 금리는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은행권 대출 심사시 우수 기술기업은 △저신용 기술기업 △고성장 기업 △미래신성장 업종으로 분류된다. 저신용 기술기업은 신용등급은 낮으나 기술력이 높은 기업이다. 평가 기준상 배점이 10점이다. 고성장 기업은 우수 기술력을 기반으로 매출액 등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이다. 배점은 5점이다. 미래신성장 업종은 신성장위원회에서 미래신성장 업종으로 지정한 기업이다. 배점은 5점이다.

또 2019년까지 기업의 신용·기술평가를 하나로 합친 통합대출기준을 마련해 시범운영 한다. 2020년부터는 전 은행권에서 대출심사를 할 때 이 통합기준을 시행토록 할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분야’에 대한 지원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세운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부처와 정책금융기관이 모여 ‘신성장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에서 정책자금 지원대상이 되는 신성장 기준을 선정한다.

신성장분야 ‘컨트롤타워’ 구축
신성장동력은 주무부처별, 기관별로 각자의 기준에 따라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들도 각기 다른 기준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9대 성장동력산업을, 산업통상자원부는 13대 산업엔진 등을 별개로 내세우는 식이다.

개별 금융기관들이 제각기 다른 기준에 따라 자금을 지원하면서 특정 업종에 지원이 편중되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래 신성장분야에 대한 지원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한 신성장위원회를 설치한다. 민간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신성장분야를 선정하는 각 부처 추천 전문가들과 자금을 집행하는 정책금융기관 부기관장 등이 신성장위원회에 포함된다.

각 기관들이 머리를 맞대 신성장 테마, 분야, 품목 등을 공동으로 선정하고 자금집행 계획도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성장위원회는 연구기관이나 민간기업, 대학 등을 통해 지원대상을 발굴해 매년 12월 신성장 기준을 확정하고 정책금융기관별 자금운용계획을 승인한다. 신규 지원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6개월마다 신성장 기준을 보완하고 월별.분기별 자금집행 현황을 점검한다. 자금배분 계획은 정책금융기관들로 구성된 신성장 정책금융협의회를 통해 마련된다.

올해는 첨단제조·자동화, 문화·콘텐츠 등 9대 테마를 기준으로 45개 분야, 275개 품목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

신용평가는 깐깐하게
기업의 신용위험평가는 한층 깐깐해진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구조조정의 근거가 되는 기업 신용위험평가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기업 신용위험평가는 해당 기업과 채권은행 등 이해 당사자의 이권이 크게 엇갈려 공정성 시비가 붙는 사례가 적지 않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현행 신용위험평가는 단기간 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신용위험 평가 기준을 맞추는 꼼수를 부리거나 장기 거래관계 등을 고려하는 등 ‘온정적’인 신용위험평가 유인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온정적 평가는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의 회생 기회 박탈은 물론 사회 전반에 연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신용위험평가를 할 때 금융감독원 외 민간 신용평가사도 함께 참여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올해 상반기 중에 금감원, 신평사 등으로 전담반(TF)을 구성해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모델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금감원이 평가기준에 따라 은행별 신용위험평가 모델을 점검하게 된다.

채권 공정가치 산정 방식도 가다듬는다. 현재는 채권은행과 매수자가 각각 회계법인을 선정하고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채권의 가격을 협상하는 구조다. 때문에 채권 가격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면 조정수단이 없어 구조조정 채권 매각이 지연되고 역시 기업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구조조정채권의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독립적 평가기관을 운영해 구조조정채권의 매각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에 채권은행이나 매수자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 평가기관을 지정할 계획이다. 이 기관은 구조조정 전문가(산업 전문가, 법정관리인 등) 위주로 구성된 단체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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