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인상된 업체 15%뿐 ... 대기업 불공정행위 여전

금형제조업체 A사는 3년 전 원사업자로부터 금형 제조위탁을 받고 납품해왔다.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고, 단가는 금형제작 마무리 단계에 원사업자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공정상 20.9%의 단가인상이 필요해 견적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사는 원사업자로부터 2년 동안 3억4000만원을 받지 못했고, 결국 경영 악화로 지난해 폐업했다.

中企 절반 이상 “현재 단가 불만”
A사의 사례처럼 중소기업들은 제조원가가 오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납품단가는 그대로여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계에서는 납품단가를 인상하지 않으면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중소제조업체 47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42.7%가 현재의 납품단가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조사대상의 절반 가까운 기업들이 현재의 납품단가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년 간 제조원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52.0%였다. 제조원가 구성요소 중 노무비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가 49.9%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납품단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12.8%에 불과했다. 납품단가가 오히려 하락했다고 응답한 업체도 15.6%에 이르렀다.

실제로 기계부품 제조업체 B사는 원사업자에게 수년 전 인건비가 적용된 납품단가로 부품을 납품해왔다. 이에 지난해 계약서에 따라 원사업자에게 단가인상을 요청했지만 원사업자는 단가를 올려줄 것처럼 시간만 끌다가 결국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고 거래를 단절했다.

‘부당 단가결정’불공정행위 첫손
중소기업들이 빈번하게 경험하는 불공정행위로는 ‘부당 단가결정’(17.1%) ‘대금 미지급’(14.7%) ‘선급금 미지금’(10.7%) ‘대금조정 거부’(7.4%) ‘부당감액’(6.7%) 등의 순이었다.

기술탈취와 관련해 원사업자로부터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업체는 2.7%로 많지 않았지만, 기계·설비 업종이 12.0%로 다른 업종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C사는 원사업자로부터 제품개발을 요청받았고 개발된 제품을 납품했다. 원사업자는 이 부품에 추가 공정을 진행해 고객사에 납품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일부 품목에 대해 발주를 취소하거나 물량을 축소했고, 나중에 알아보니 원사업자가 직접 그 부품을 만들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었다.
또 납품 후 60일을 초과해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수급사업자 80.9%가 법정 지연이자를 받지 못했다.

60일을 초과한 만기의 어음으로 받는 경우에도 77.9%가 어음할인료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하도급대금의 결제조건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금의 결제수단별 비중을 보면 ‘현금 및 현금성’(77.5%) ‘어음’(21.5%) 등의 순으로 지난해 조사결과와 비교해 현금성 결제는 1.2% 증가하고, 어음 결제는 1.6% 감소했다.

한편 기업들의 절반 가까이(46.1%)는 불공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피해구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구제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하도급법상 손해배상절차 도입’(40.2%)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26.9%) ‘손해배상 소송 시 법률지원 강화’(16.0%)를 꼽았다.

‘법 위반 사업자 처벌 강화’등 필요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처벌 강화’(38.5%) ‘법·제도적 보완’(36.6%) ‘하도급거래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26.9%)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일부 업계에서는 대기업 등 수요처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경기침체를 빌미로 납품업체간 출혈경쟁을 유도하는 부당한 거래행위를 행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시정되지 않으면 납품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서병문)은 지난 11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주물업계 대표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임시총회를 열고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최저임금 및 전기요금 등의 인상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있어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 등 수요처에 제조원가 상승분에 대한 단가 반영을 촉구했다.

조합은 “수요처에서 합당한 납품단가를 인상해 주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자력으로 견딜 수도, 생산도 할 수 없어 공장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하도급대금에 대한 현금결제 비중이 증가하면서 결제조건이 점차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납품단가와 관련한 불공정행위는 중소하도급업체에게 여전히 가장 큰 애로요인이며,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의 노무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으므로 납품단가 인상에 적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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