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난해 말 우리나라 유수의 중견기업 CEO인 L 회장을 만나 나눈 얘기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그는 여러개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주력 기업인 K 기업은 30년 넘게 견실한 성장을 거듭해 매출액 1000억원을 넘고 평균 상시직원도 200여명에 이르는 탄탄한 중견기업이다. 기업경영에는 늘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처럼 경영하기 힘들고 두려운 생각이 든 때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향후 한동안 국내외 경제가 매우 어려워 질것이며 이 과정에서 업계 및 산업이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걱정을 듣고 절로 수긍이 됐다. 그가 경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회사는 국내외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선방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은 기업 경영에 큰 문제가 없는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중국 제품에 경쟁력이 있지만 갈수록 버티기 힘들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이 이렇게 빨리 추격해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추격에 전율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현상이 비단 K 기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상당수 기업의 문제일 것이다. 중소기업은 더 심각할 것이다. 조만간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은 중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럴 때는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L 회장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임원들과 회의도 수십차례 하고 외부 전문가의 자문과 의견을 들었지만 신통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대학교수나 연구소의 관계 전문가와 컨설팅을 하면 한가한 소리만 한다고 불만이다. 그 분야의 연구를 하려면 최소한 3~4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학교나 연구소는 3~4년 후에도 별 문제 없지만 기업은 그동안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사이 다른 기업들이 혜성처럼 나타나 시장을 선점해버린다는 얘기다.

또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걸 맡길만한 사람이 없다고 토로한다. 중소기업에 들어온 인재 중에 재목감으로 십수년 동안 공들여 길러 놓으면 대기업이 빼가서 인재가 귀하다는 것이다. 미래 성장 동력 산업으로 진출하고 경영 일선에서 진두지휘할 인재를 모셔 그에게 맡기고 싶다는게 그의 심정이다. 그의 인재 탐색은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올해 초에 L 회장과 새해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요행히 적임자를 찾았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퇴직한 임원을 찾아서 부사장으로 모셨다는 것이다.

올해는 경제적 의미에서 중요한 변곡점의 시발점의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와 저성장 및 산업구조 재편 등 국내외 경제구조의 커다란 틀(frame)이 바뀌는 시발점이 될 듯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교역에 대한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반세기 넘게 유지된 국제교역의 틀도 흔들리고 있으며 통상마찰의 파고가 높을 것이다. 이렇듯 경제의 룰이 바뀌고 있으며, 기술변화도 전례 없이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의 등장으로 산업의 틀이 새롭게 짜여지고 있다. 이는 위기지만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대기업 중심의 기존시장(독과점 시장)의 틀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흔들릴 때 틈새시장이 생긴다. 그 틈새시장을 유연한 중소기업이 새로운 제품으로 파고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장수기업들 특징의 하나가 유연성이다. 그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는 업종에 재빠르게 진출해 생존에 성공하고 거기서 새로운 수익이 창출되는 것이다.

메가트렌드가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기회가 다가오고 새로운 틈새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스피드 경영에 익숙한 우리의 많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새로운 틈새시장을 선점하고 끝까지 살아남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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