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리튬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지난달 25일 연임에 성공해 2기 경영에 들어간 권오준 회장이 비철강 부문 육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7일 전라남도 광양시 포스코광양제철소에서 연 2500톤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8500㎡ 규모의 리튬생산공장(PosLX) 준공식을 열었다. 리튬 상업생산을 위한 독자기술을 개발한 지 7년 만이다.

노트북용 배터리 7천만개 물량
포스코는 염수(소금물)에서 인산리튬을 추출한 후 탄산리튬을 전환하는 공법을 독자 개발했다. 평균 12∼18개월이 걸리는 기존 자연증발식 리튬추출법과 달리 최단 8시간에서 길어도 1개월 내 고순도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리튬 회수율이 기존의 두배가 넘은 80% 이상으로 높아져 경제성이 우수한 데다가 리튬의 순도를 99.9% 이상 끌어올림으로써 수산화리튬, 칼륨 등 고부가제품 병행 생산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포스코는 리튬추출과 관련된 10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PosLX 공장은 연간 2500톤의 탄산리튬을 이차전지용 양극재 제작업체인 포스코 ESM과 이차전지 제작업체인 LG화학, 삼성SDI에 공급한다. 이 정도의 탄산리튬은 약 7000만개의 노트북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따라 연간 250억원 이상 매출과 지역 주민 60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탄산리튬 산업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기기를 비롯해 전기차, 전력저장용설비(ESS)까지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는 제품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급성장 중이다.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2015년 212억달러에서 2020년 63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탄산리튬 수요도 2002년 6000톤에서 2015년 6만6000톤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2025년에는 18만톤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탄산리튬의 원료인 인산리튬을 독자 생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에는 인산리튬을 추출할 만한 소금호수가 없기 때문에 생산에 필요한 인산리튬은 국내 폐2차전지 재활용업체로부터 받기로 했다.

앞으로는 소금호수를 확보해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스스로 만들 힘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해외 소금호수, 성사 직전 ‘불발’
이전에도 포스코는 소금호수를 찾아 여러 번 해외진출을 시도했다. 2009년 볼리비아 정부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리튬의 핵심소재인 양극재 제조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포스코는 당시 MOU에 따라 볼리비아 정부가 우유니 소금호수 등에서 추출한 인산리튬을 받아 양극재를 제조하는 시험설비를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볼리비아 내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 현지 지방정부의 반대와 일방적인 계약조건 변경 요구 등으로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2014년에는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포주엘로스 소금호수를 보유한 리떼아사의 제안으로 리튬 제조를 위한 협력 관계를 맺기도 했다.

포스코는 리떼아로부터 리튬 추출 기술 이전료 150억원을 받고, 현지 소금호수에서 인산리튬을 추출하는 시험설비를 짓기로 했으나 이 역시 리떼아의 부도와 계약불이행 등으로 무산됐다.

몇 차례 실패에도 포스코가 해외 소금호수 확보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성이 좋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지난달 폐2차전지에서 추출한 인산리튬으로 초도생산한 탄산리튬을 시험 평가한 결과 입도, 순도, 충방전 효율과 용량 등 품질 기준에서 기존 제품과 동등한 수준임을 확인했다.

권 회장은 “많은 제약과 난관에도 포스코가 오늘의 결실을 보게 된 것은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비전과 열정이 뚜렷했기 때문”이라며 “배터리용 리튬은 물론, 양극재용 고순도 니켈과 양음극재 개발 등 에너지 소재 사업에서 차별화된 기술경쟁력으로 미래 신성장 사업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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