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재산(피플스그룹 대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우리에게 쉽게 설명해주는데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격돌한 인공지능 알파고였다.

장기와 바둑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재미있고 시간을 보내는데 그만인 놀이게임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장기는 알 하나하나마다 크기도 다르고 역할(Role)이 정해져있다. 장기알은 그 일정한 법칙과 룰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다. 심지어 졸(卒)은 후퇴도 할 수 없고 사(士)는 궁궐을 벗어날 수 없다. 일반 기업조직에서 피라미드식의 조직구조나 계급과 직책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역할이 정해져 있으며 규정대로 움직이는 것과도 같다.

기업에서는 임원, 간부, 회사원들이 ‘장기알’이다. 장기에서는 임금(宮)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게 최우선이다. 부하들이 다 살아 있어도 임금(宮)이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 그러나 바둑은 패러다임이 완전히 다르다. 우선 바둑알은 그저 ‘검은 돌, 흰 돌’일 뿐 크기가 똑같다. 그런데도 바둑판 위에서 이들은 천만조화를 다 일으킨다.

흰 돌, 검은 돌로 나눠진 바둑알은 컴퓨터 언어인 ‘0, 1’과 비슷하다. 컴퓨터에서 0과 1로 나타내지 못하는 말들이 없듯이 바둑에서도 이 두가지 색으로 수천만가지의 ‘전투 상황’을 조합해낸다.

바둑알은 장기와는 달리 어떤 바둑알이든 하는 역할과 기능이 정해져있지 않아 어떤 일을 해낼지 알 수도 없다. 다 죽었다고 생각되지만 신의 한수로 역전시키는 능력도 있다. 특히 바둑알은 혼자서 산다는 건 불가능해서 반드시 다른 바둑알과 끊어지지 않아야한다. 서로 손에 손을 맞잡고 ‘생존 띠’를 만드는 팀웍과 협업이 중요하다.

바둑판엔 싸움터가 따로 없다. 바둑알이 놓여 지는 곳, 바로 그곳이 싸움터다. 바둑은 멀쩡했던 말들이 어느새 죽기도 하고, 다 죽었던 말들이 한순간에 기적처럼 살아나기도 한다. 장기와 달리 그들의 생존목적은 임금이 아니라 집을 지어 더 많은 땅을 차지하는 철저한 성과주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가장 두드러진 조직의 특징은 분권화와 자율기능이다. 이것은 중앙통제시스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중앙 집권형의 계획과 실행으로 이어지는 타율성과 획일성이 특징이었으나, 새로운 산업혁명에서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요구한다.

자율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독립적인 역할수행은 타율적인 명령과 통제에 의한 피라미드형 수직구조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네트워크형 수평구조 속에서 자신의 재능과 상상력을 맘껏 발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상상력은 혁신조직에서 나온다. 혁신조직의 특징 중 하나가 조직이 수직적이 아니고 수평적이라는 점이다. 수평조직은 바둑처럼 조직의 구조가 계급이 아니라 프로젝트 중심으로 설계된 자율경영팀(Selfmanaged team)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런 수평조직에서는 관리와 통제라는 말은 사라진다. 수평조직은 계급주의 또는 연공서열이 아니라 실력주의가 지배하는 조직이요 계급보다 아이디어가 사람을 움직인다.

창의적인 전문가를 중시하는 인재개발과 자발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혁신생태계로서의 조직관리, 더 나아가서는 조직문화를 수평적,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길만이 우리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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