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김영찬 회장의 야심

 

‘골프존’이란 상호명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스크린골프 연습장의 대명사죠. 드넓은 야외에서 펼쳐지는 골프 게임을 3, 4평 남짓한 공간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만든 스크린 골프의 매력은 충분해 보입니다.

골프존을 창립한 김영찬 골프존유원홀딩스 회장은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에 충실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70년 초반 대학을 졸업한 뒤 GM코리아에 입사한 그는 1979년 삼성전자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이후 1993년 시스템 사업부장까지 지낸 후 퇴사를 결정합니다.

그 사이 여러 창업 아이템을 고심했다고 하는데요. 그 와중에 1997년 IMF외환위기가 터져 숨을 좀 고르다가, 2000년 드디어 골프존을 창업하게 됩니다. 그 뒤로 골프존은 정말 꿈을 꾸듯이 수직 상승의 하늘을 날게 되죠. 현재 국내 스크린 골프시장의 70%를 골프존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5000개의 매장이 있다고 하니 말 다했죠.

PC방 비슷한 골프 게임방 사업 같지만, 골프존은 2011년 코스닥에 상장할만큼 사업성을 인정받습니다. 그리고 2015년 골프존유원홀딩스를 설립해 지주회사 체제를 시작하면서 김영찬 회장은 골프존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골프존유원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에 오릅니다.

그런 김 회장이 요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론칭한 스크린야구 ‘스트라이크존’이 어느 사이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현재까지 90곳의 매장이 오픈해 영업 중에 있다고 합니다. 올해 김 회장은 200호점 홈런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속도는 골프존의 매장 증가세보다 훨씬 빠른 상황인 거죠.

가짜를 진짜처럼 즐기게 하는 것. 골프존이나, 스트라이크존 사업의 핵심 철학입니다. 요즘 트렌드인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도 맥이 맞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죠. 그래서 김영찬 회장은 또 다른 사업 아이템도 과감히 공개하고 있습니다. 골프존, 스크라이크존에 이어 스크린 낚시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 회장은 업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명에서도 나타나듯이 ‘Zone’ 즉 가상의 ‘공간’을 어떻게 진짜처럼 즐길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이러한 걸 두고 ‘공간 비즈니스’라고 말합니다.

공간 비즈니스가 잘 먹혔던 곳은 한국이었습니다. 김 회장은 2005년 골프존을 들고 첫 해외진출을 감행하다 숱하게 많은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서비스와 제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공간 비즈니스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사람들의 여가 문화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걸 안 겁니다. 한국이 골프존을 선호했던 이유는 작은 공간에서도 여럿이 즐거운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여가생활로 이미 안착을 했기에 가능했던 거죠.

그래서일까요. 요즘 김영찬 회장의 행보가 흥미롭습니다. 최근 골프존은 중국의 백화점·부동산그룹인 진잉그룹과 양해각서를 맺고 중국 본토 공략에 나섰습니다. 진잉그룹은 중국에만 30여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을 갖고 있죠.

VIP고객만 250만명이라고 합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골프존과 스트라이크존을 체험하는 마케팅을 시행한다는 게 첫번째 전략입니다.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이라는 핵심 거점마다 한국식 스크린골프와 스크린야구의 가상 공간을 창조하겠다는 심산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중국인들이 골프존과 스트라이크존의 손맛에 중독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군요. 어쩌면, 수년 내에 스크린골프와 스크린야구로 전 세계인들이 서로 국가대항전을 벌이는 풍경도 펼쳐지지 않을까요.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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