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6년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80조원의 예산을 투입한지 10년 만에 올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2015년 43만8400명보다 3만2100명(7.3%) 줄었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한해 혼인 건수도 30만건 아래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 안 하고 인구도 감소”
지난달 22일 통계청(청장 유경준)이 발표한 ‘2016년 출생·사망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가 40만6300명으로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2015년보다 0.07명(-5.6%) 감소했다. 앞서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2016년 목표치로 출생아 수 44만5000명, 합계출산율 1.27명을 제시했으나 두가지 목표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

이런 정책 실패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로 숫자가 많은 ‘에코(echo)붐 세대’(1980~1990년대생)가 부모처럼 아이를 많이 낳아줄 것이란 잘못된 계산 탓이다. 에코붐 세대는 앞선 세대에 비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고, 취업난과 주택난으로 인한 타격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적 노력을 통해 이들의 결혼 기피를 해소하는데 실패했다.

미혼자들의 결혼 기피와 혼인 시점이 늦어지는 것도 출산율 감소의 원인이 됐다. 통계청의 ‘2016년 12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혼인 건수는 2만8400건으로 1년 전보다 4900건(14.7%) 감소했다.

12월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3만건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해 혼인은 28만1700건으로 197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적었다. 연간 혼인 건수는 1997년 30만 건대에 진입했지만 20년 만에 20만건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평균 출산 연령도 32.4세로 전년보다 0.2세 상승했다.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비중은 26.3%로 전년보다 2.4%포인트 높아졌다.

“경제적 부담이 출산율 저하 원인”
정부는 저출산 이유로 혼인율 저하와 만혼 풍조의 고착화를 꼽는다. 그러나 결혼하고 아이낳고 양육하는데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 와 닿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상당수가 2명 이상 자녀를 낳고 싶어 하지만,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불이익이라는 장벽에 막혀 모성을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최근 서울에 거주하며 출산한 경험이 있는 기혼여성 500명을 설문한 결과 이들의 평균 희망 자녀는 2.1명이지만 실제 자녀는 1.4명에 그쳤다. 현재 자녀가 1명인 여성의 86%가 2명 이상의 자녀를 희망했고, 자녀가 2명 이상인 여성의 25%는 3명 이상의 자녀를 희망하는 등 ‘엄마’들의 추가출산 욕구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향후 5년 안에 임신·출산계획이 있는지 묻자 35%만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미루고 있다’는 여성은 29%, ‘계획이 전혀 없다’는 여성은 22%, ‘잘 모르겠다’고 답한 여성은 13%였다.

임신·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한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39%가 출산비용 및 미래 보육·교육비 부담을 이유로 들었고,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24.5%), 임신·출산으로 인한 직장·사회에서의 불이익(13.6%)을 우려해 둘째 갖기를 주저했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의 60%는 출산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보육대책, 청년일자리, 주택, 교육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보니 아이를 낳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결혼까지 하지 않는 1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대세로 자리잡는 싱글라이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동아시아 국제사회조사 참여 및 가족태도 국제비교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과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데 동의하는 비율은 남성이 8.1%에서 2016년 17.2%로 높아졌고, 여성은 12.4%에서 24.4%로 훌쩍 뛰었다. ‘결혼할 의사가 없이 함께 사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에 대한 반대 의견은 65.1%에서 54.5%로 떨어졌으며, 긍정적인 인식은 2006년에는 20대(35.3%)가, 2016년에는 30대(48.8%)가 주를 이뤘다.

육아와 결혼 부담에서 벗어난 1인 가구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23일 발표한 ‘2017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삶에 어려움이 있지만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의 만족도가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은 30대 초반에 만족도가 가장 높으며 연령에 상관없이 70%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 반면 남성은 연령이 높을수록 만족도가 낮아졌다.

혼자 사는 것의 장점으로 자유로운 생활과 의사결정(84.4%)을 첫손에 꼽았다. 반면 단점으로는 외로움 등 심리적인 안정(46.2%)을 선택했다. 응답자의 3명 중 2명은 앞으로도 결혼을 하지 않고 쭉 혼자 살겠다고 답했다.

인구 절벽 막기 위한 중장기 전략 필요
이처럼 급속한 1인 가구의 증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획기적 대책 없이는 사회의 존립 기반마저 뒤흔들 인구 절벽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에 따르면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30여년 후인 2050년에는 10가구 중 4가구가 ‘1인 가구’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인 가구는 2015년 517만 가구(27%)에서 2030년 724만 가구로 증가하고 2050년에는 763만 가구(35%)까지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4인 가구의 비율은 2015년 19%에서 2050년 13%까지 감소한다.

이처럼 한국이 ‘인구 절벽’ 시대에 접어들면서 출산 장려 정책과 함께 인구 감소 시기에 대비하는 ‘저출산 적응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재정투입을 통한 대증요법만으로 저출산을 해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득·일자리·노동시간 등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방향으로 중장기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저출산 정책을 복지와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고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저출산 대책을 다시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출생 통계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비상한 각오로 저출산 대책을 좀 더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이달부터 인구정책개선기획단을 운영해 저출산 대책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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