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는 주전부리가 가득한 차이나타운 거리

주전부리의 사전적 의미는 ‘맛이나 재미, 심심풀이로 먹는 음식’이다. 여행길에 들고 다니며 재미 삼아 먹는 음식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국내에서 주전부리 천국을 들라면 인천 중구에 자리한 차이나타운이 단연 첫손에 꼽히지 않을까. 화덕만두를 비롯해 공갈빵, 홍두병 등 맛있는 먹거리가 넘친다. 차이나타운에 가면 길게 줄 서서 뭔가 기다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줄을 기웃거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주전부리가 담긴 비닐봉지로 양손이 무거워진다.

핫한 주전부리로 떠오른 ‘화덕만두’
요즘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핫한’ 먹거리는 화덕만두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손에 꼭 하나씩 들려 있다. 화덕만두를 만드는 가게는 오전 11시에 시작하는데, 문 열자마자 사람들이 10m 이상 늘어선다. 화덕만두는 원래 이름이 ‘옹기병’으로, 옹기 화덕에서 굽는 중국식 만두를 말한다. 대만에서 기술을 배워 온 차이나타운의 ‘십리향’이 처음 선보인 뒤 여러 상점에서 판매한다.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하루 동안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에 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소를 넣고 빚어, 옹기 안쪽 벽에 다닥다닥 붙인 뒤 7분 동안 굽는다. 만두를 굽는 옹기 화덕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아, 차이나타운의 몇몇 가게가 아니면 맛볼 방법이 없다고 한다.

200℃가 넘는 옹기 화덕에서 완성된 화덕만두는 맛과 모양이 물이나 기름을 사용해 굽고 찐 일반 만두와 확연히 다르다. 숯불에 천천히 구워 수분이 날아간 만두피는 과자처럼 바삭하다. 속은 푹 익어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가득 나온다. 돼지고기 누린내도 전혀 나지 않는다. 고기, 고구마, 단호박, 팥 등 소가 다양해서 입맛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된다. 향신료를 쓰지 않는 것이 오리지널 중국식 화덕만두와 다른 점이다.

공갈빵도 여행객이 많이 찾는 주전부리다. 공갈(거짓말)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음식도 없다. 한쪽에 꿀을 바르고 겉이 부풀게 구운 중국식 호떡으로, 잘라보면 속은 텅 비었다. 별맛 있을까 싶어 무심코 집어 먹었다가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지만, 집집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반죽이 지나치게 두껍거나 꿀을 덜 바르면 맛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홍두병도 인기다. 직역하면 ‘붉은 팥이 든 과자’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빵 비슷하게 생겼다. 대만에서 인기 있는 간식 중 하나로, 큼직하고 부드러운 빵에 팥소가 듬뿍 들어갔다. 의외로 달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먹을 수 있다. 크림치즈와 망고, 다크초콜릿, 녹차 등을 넣은 것도 인기다.

차이나타운 여행의 백미 ‘공화춘’
대왕카스테라를 파는 집도 많다. 역시 대만에서 건너온 주전부리다. 두부판만 한 카스텔라를 큼직하게 썰어 판다. 부드럽고 촉촉하고 달콤한 맛 때문에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다.

차이나타운 여행에서 짜장면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인천 개항 후 산둥(山東) 지방의 중국인이 대거 몰려와 중국요리를 하는 집이 문을 열었다. 중국요리가 인기를 끌자 누군가 부두 노동자를 위한 싸고 손쉬운 음식을 생각했고, 산둥 지방에서 삶은 국수에 중국 된장인 미옌장(甛麵醬)을 올려 비벼 먹던 짜장면(炸醬麵)을 소개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짜장면의 원조는 ‘공화춘’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공화춘이 있던 자리에 짜장면박물관이 들어섰다. 짜장면의 탄생부터 철가방의 변천사, 원조 공화춘의 역사까지 짜장면의 모든 것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원조 공화춘을 운영한 우희광 씨의 외손녀 왕애주 씨가 ‘신승반점’에서 공화춘 짜장면의 맥을 이어간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유니짜장. 쇠고기와 채소를 잘게 썰어 만든 소스가 짜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면에 달걀 프라이를 올려주는데, 맛이 한결 부드럽다. 종이처럼 얇은 단무지로 짜장면을 싸서 후루룩 넘기는 것이 맛있게 먹는 노하우다.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데, 10시50분부터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벽화로 살아난 <삼국지> 명장면 160점
짜장면으로 배를 채우고 맛있는 주전부리를 양손 가득 들었다면, 본격적으로 차이나타운 여행에 나서보자. 짜장면박물관에서 삼국지벽화거리가 가깝다. <삼국지>의 명장면이 벽화 160점으로 살아난 곳이다. 삼국지의 역사적 사실을 고사성어와 그림으로 표현해, 길을 걷다 보면 삼국지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삼국지벽화거리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자유공원이다. 개항 당시만 해도 ‘각국공원’으로 불리며 존스턴 별장을 비롯한 외국인 사택과 공장 등이 들어섰지만,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대부분 소실됐다.

현재는 인천 상륙작전의 시발이 된 월미도를 바라보는 맥아더 장군의 동상과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탑 등이 있다.

인천에는 개항장 인천의 모습이 아직 남았다.
인천개항박물관은 일본제1은행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개항기 우표, 인천전환국 압인 주화 등 근대 문화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한다. 일본이 한국 금융계를 식민지화하려고 세운 인천 일본제 18은행지점을 리모델링한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은 개항장 일대의 건물 모형으로 시선을 끈다.

대한통운 창고를 개조한 인천아트플랫폼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장소로 사용돼 유명세를 치렀다. 1년 내내 다양한 전시가 열려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은 물류 창고를 문학 박물관으로 조성했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창고의 투박한 외벽과 내부의 목조 천장에서 옛 개항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최남선, 한용운, 김소월, 나도향, 현진건, 백석, 염상섭 등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가까운 신포국제시장 역시 주전부리의 천국이다. 닭강정, 만두, 순대 등 입맛 다시게 하는 먹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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