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롯데그룹 사드 리스크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삽화)에 드리워진 짙은 악재는 언제쯤 봉인해제 될까요. 잘 아시다시피 롯데그룹은 여전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검찰의 비자금 의혹 수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홍역을 앓고 있지요. 끝이 아닙니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이젠 중국으로부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까지 당할 위기입니다.

사드 부지 후폭풍의 발단은 롯데가 지난달 국방부와 사드 부지 관련 계약을 체결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한국은 사드 배치를 두고 미국과 중국 정부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미국이야, 북한 도발의 억제라는 국제적 명분을 앞세우면서 중국 영토를 직접 견제할 수 있는 실리까지 챙길 수 있는 열쇠가 사드였죠. 그렇기에 중국에게는 사드와 같은 위협 요소를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 미묘한 대립관계에서 한국의 외교적 판단은 급작스런 사드 도입 확정이었습니다. 사실 외교 전문가들은 사드에 대한 결정을 우리가 미루고 미룰수록, 미·중과의 외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다급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었습니다. 동아시아의 군사적 패권을 두고 오랫 동안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으니까요. 반면에 한국에겐 누구의 편을 들지 않고 기다릴수록 여러 외교적 실리를 확보할 수 있는 히든 카드였던 셈이죠.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한국 정부가 사드 도입을 결정하면서, 이른 바 사드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건 우리 기업들입니다. 중국 정부는 각종 통관 문제를 시비로 한국 제품의 반입을 거절하기도 했고요. 한국 미디어 콘텐츠의 중국 내 방영에 대한 딴지걸기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했으니 중국은 롯데를 대놓고 보복할 수밖에요. 최근 롯데그룹의 중국 홈페이지는 해킹 공격을 받아 다운됐고, 중국의 온라인몰에 등록된 롯데마트 상품이 검색할 수 없게 됐습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롯데 보이콧을 지지하는 글들이 확산되고 있는 지경입니다.

중국이 이렇게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자국의 이익에 배반하는 행위를 한 국가의 기업에 대해 패널티를 마구 무는 식이죠. 지난 2014년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로 싸울 때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월마트 매장에 대한 특별소방점검을 갑자기 실시하면서 미국을 압박했어요.

롯데그룹에겐 중국은 참 중요한 시장입니다. 롯데백화점은 베이징을 비롯한 지역에 5개나 오픈해 있습니다.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150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하며 대략 3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롯데홈쇼핑은 중국 홈쇼핑 업체인 ‘러키파이’를 인수해 한창 잘 운영 중입니다.

특히 롯데그룹에게 중국 관광객은 면세점 사업에 큰 고객들입니다. 매출의 60% 이상이 중국의 주머니에서 나오니까요.

중국에서 롯데그룹은 자신의 이름마저 지우고 친 중국적인 간판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낙천(樂天·러티앤)이라는 중국식 발음으로 개명을 한 거죠. 롯데그룹 중에 롯데제과가 1994년 현지법인 ‘낙천식품유한공사’를 베이징에 설립하면서 중국 진출은 시작됩니다. 그만큼 20년 넘게 공을 들인 중국시장에서 하루 아침에 미운 오리 새끼가 된 롯데그룹.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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