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요 경제지표에서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분기 성장률에서 2분기 연속 미국에 뒤진 데 이어 고용시장 바로미터인 실업률은 16년 만에 미국보다 높아졌다.
여기에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마저 연내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5%로 0.4%에 그친 한국을 2개 분기 연속 앞질렀다.

앞서 3분기 한국의 성장률은 0.6%로 0.9%를 기록한 미국에 5분기 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미국이 2개 분기 연속 한국 성장률을 웃돈 것은 2014년 3분기와 4분기에 이어 2년 만이다. 미국은 2014년 3분기 1.2%, 4분기 0.6%의 성장률을 기록해 각각 0.7%와 0.3%에 그친 한국보다 성장폭이 컸다.

한국이 GDP 세계 1위인 미국보다 연간 성장률이 낮아지면 이는 외환위기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한 1998년(한국 -5.5%, 미국 4.4%) 이후 19년 만이 된다.

세계은행(WB) 집계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7조9470억달러로 단연 세계 1위였다. 한국은 1조3779억달러로 11위를 차지해 미국과 10배 이상의 격차가 났다.  

실업률 역시 16년 만에 역전됐다.
지난 2월 한국의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5.0%로 미국(4.9%)을 추월했다.

한국의 실업률이 미국보다 높아진 것은 2001년 3월 미국 4.5%, 한국 5.1%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에서는 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취업자 감소, 청년취업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은 견고한 고용 개선이 이뤄지면서 실업률만 놓고 보면 완전고용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미 간 경제지표 뒤바뀜은 하반기 정책금리 역전으로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오른 연 0.75∼1.00%로 결정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25%)와의 격차가 불과 0.25%포인트로 준 것이다.

연준이 시장의 전망대로 연내 0.25%포인트씩 두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리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면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2007년 8월 이후 10여년 만에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게 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앞서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년에 걸쳐 정책금리를 4.25%포인트(1.0%→5.25%) 급격하게 올렸다. 이 과정에서 2005년 8월∼2007년 8월 연준 정책금리가 한은 기준금리보다 0.25∼1.00%포인트 높은 상황이 지속됐다.
다만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우려하는 것과 달리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추가 인상 예고된 미국 금리, 자본유출보다는 시중금리 상승 압력’ 보고서에서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예상되면서 자본유출 우려가 제기되지만, 금융시장 및 경제에 혼란을 야기할 정도의 대규모 자본유출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라며 “자본 유출입은 금리 차 외에도 환율에 대한 예상에 크게 좌우되는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을 고려하면 일방적인 원화절하 기대가 형성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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