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한풀 꺾인 글로벌 투자은행가들

최근의 어려움은 경제위기 이후의 경기 부진 탓이 아니다. 경기 부진은 이제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았다.
투자은행가들은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다. 그러나 이젠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도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이 왜 투자은행 업무를 유지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그는 지난 1월 콘퍼런스 콜에서 이 업무가 필요한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은행 이익 창출의 핵심 역할을 했던 부문이 지난 몇년간 수모를 당하고 있다. J.P. 모건 CEO 다이먼의 후임자로 지명된 고든 스미스(Gordon Smith)는 소매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스위스의 대표 은행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의 신임 CEO는 보험업계 출신이다. 유럽 대형 은행의 대부분은 투자 은행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있다.

웰스 파고(Wells Fargo)와 유에스 뱅크(U.S. Bank)는 한때 만기일시상환대출(straight lending)을 고집한다며 조롱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업계 거물인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나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아이로니컬한 점은 지금이 월가에겐 호기라는 사실이다. 인수합병과 기업공개가 다시 증가하고 주가지수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적대적 매수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월가의 이익창출 핵심부문은 여전히 타격을 입은 듯하다. RBC 캐피털 마켓(RBC Capital Markets)에 따르면, 현재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에 머물고 있다. 금융위기 전 이 수치는 18%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하락세는 투자 은행업무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규제와도 많은 연관이 있다. 규제로 인해 많은 대형은행이 월가의 가장 수익성 높은 (그리고 가장 위험한) 사업을 포기하게 됐다. 레버리지는 오랫동안 대형 투자은행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자기자본규제 및 스트레스 테스트로 대형 은행들의 대출이 어려워졌다. 저금리와 잇단 소송들 역시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은행가들의 고질적인 문제는 일시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2000만달러에 달하던 악명 높은 보너스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업무가 적은 편도 아니다. 게다가 월가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월가 인사담당자인 릭 코펠런(Rik Kopelan)은 (금융계로의)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금융계를 아예 떠나려는 사람들만이 포착되고 있다. 한때 잘나가던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투자 은행가들과 같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가 선망했던 금융계를 떠나 비영리 기관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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