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실적 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한국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는 반세기 동안 한국경제를 견인해 온 대기업 주도 수출의존형 성장전략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조선, 철강, 모바일,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에 이르기까지 구조적인 불황 속에서 저성장 기조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도 원인 중에 하나다.

최근 수출 호조로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좋아졌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지난 3월 대기업 매출실적BSI는 99로 2월보다 4포인트나 올랐지만, 중소기업 매출실적BSI는 77로 한달 전보다 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실적BSI 격차는 22포인트로 2010년 11월(22) 이후 6년 4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실적BSI는 보통 기업들이 실제 매출액을 바탕으로 응답한다. 반도체업 호황에 웃고 있는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들의 매출이 빠르게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근로자 대부분의 일터인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매출 회복은 더딘 것이다.

이같은 대·중소기업의 실적 격차 문제는 경제 생태계의 모순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두 기둥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수십년 동안 지배구조 강화와 내부거래 확대를 통해 그들만의 리그인 폐쇄적 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각 유형별 양극화도 심화돼
현재와 같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면 할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스코어가 벌어지는 불합리한 현실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CEO의 사회갈등 인식조사’를 살펴보면 중소기업 대표 90% 가까이가 “가장 심각한 사회갈등은 대·중소기업 양극화”라고 지적할 정도다.

이밖에 사회에서 나타나는 유형별 갈등 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소득계층 양극화(87.3%)(2012년 조사시 85.8%), △지역불균형 성장(85.0%)(12년 73.2%) △정치이념 대립(83.3%)(12년 74.8%) △근로형태(정규직, 비정규직) 격차(77.3%) (12년 60.8%) △불공정한 계약문화(74.0%)(12년 46.4%) 순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계가 강조하는 바른 시장경제 구축을 통해 ‘양극화 해소’ 및 ‘시장의 공정성 확립’을 추진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직면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듯이 사회갈등이 지속되고 강화될수록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중소기업 CEO들은 ‘경제성장동력 상실’(37.0%) ‘정치·사회적 불안 조장’(24.3%) 등을 염려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매출감소’(42.3%) ‘설비투자 및 신규사업진출 포기’(33.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사회갈등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으로써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중소기업 양극화, 지역불균형 성장 등 여러 사회갈등으로 인해 기업의 경영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며 “중소기업이 주축이 돼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바른 시장경제 구축이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이 될 것이며 나아가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득불균형 해소도 관건
눈에 띄는 점은 중소기업 CEO들이 이러한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소득불균형 해소’(56.0%)를 꼽았다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안에서는 중소기업도 동반성장하는 낙수효과가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소기업간의 소득불균형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홍운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낙수효과의 허점을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개최된 한 세미나에서 홍운선 연구위원은 “원청 대기업의 매출액이 1% 증가할 때 1차 협력업체의 매출액은 0.43% 증가하나 2차, 3차로 내려가면 각각 0.05%, 0.004%로 파급효과가 현저히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은 “대기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활력있는 다수가 중심이 되는 사회경제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며 “신규 산업의 창업, 소규모 개방경제에 필수적인 혁신과 글로벌 정책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경쟁이 한국경제 해법
중소기업 CEO들은 공정한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장의 공정성 확립’을 통해서 양극화 해소 및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과 정책 입안이 중요하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최근 김승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이 ‘헌법 제119조, 공정경쟁이 경제를 살린다’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밝힌 “경제민주화를 규정한 헌법 제119조에 한국경제의 해법이 있다”는 말을 상기해 볼만 하다.

김승일 원장은 헌법 제119조를 공정경쟁 중심으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문제인 저성장과 분배 격차 심화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헌법 제119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1항과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2항으로 구성된다.

김 원장은 “헌법 제119조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1항은 자유와 창의, 2항은 균형있는 성장과 경제력 남용 방지로 요약된다”며 “특히 2항은 대한민국이 전체적으로 지켜야 할 경제적 가치와 질서”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앓기도 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악화시키고 9조원 가량의 추가 부담을 초래하는 정책 추진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하나가 돼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을 연기시켰다.

공정한 시장 질서가 조성되지 못한 현실에서 이러한 중소기업을 위해하는 입법 개정에 중소기업 CEO들은 절망감마저 느끼는 분위기다.

한 제조업체 CEO는 “근로시간 단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격을 더 벌어지게 할 것”이라며 “대·중기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에 국회와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한, 중소기업을 위해 일을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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