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재무제표상의 국가부채가 140조원 가량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400조원을 넘어섰다.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D1)는 627조1000억원으로 국민 1인당 1224만원에 달했다.

가계부채 또한 빠르게 늘면서 경제 규모 대비 총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빚까지 더할 경우 우리 경제주체의 총 부채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년 새 국가부채 140조 급증
정부는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지출이나 비용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발생주의에 입각한 정부 재무제표상 지난해 국가자산은 1962조1000억원, 국가부채는 1433조1000억원이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29조원으로 전년 대비 34조원 감소했는데, 이는 1년 새 자산은 105조9000억원 늘어난 반면 부채는 139조9000억원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부채 증가분 중 38조1000억원은 국채 발행에 따른 것이고, 전체의 3분의 2인 92조7000억원은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 증가에 인한 것이었다.

지난해 기준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전체 부채의 절반이 넘는 752조6000억원에 달했다.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재무제표상 부채다.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은 아니지만, 연금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 재원으로 메워야 한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 급증은 공무원과 군인 재직자 수와 연금 수급자 수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할인율이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는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저금리 때는 할인율이 하락하게 돼 부채의 현재가치는 오히려 커지게 된다.

현금주의에 입각한 중앙·지방정부 채무(D1)는 62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인 5124만5707명으로 나눠 계산한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약 1224만원이다.국가채무는 2011년 400조원, 2014년 500조원을 넘은데 이어 다시 2년 만에 600조원대에 도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3%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예산안 기준(39.3%)에 비해서는 1.0%포인트 낮아졌다.

세금 8조 더 걷고 11조 남겨
지난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포함한 총세입은 345조원, 총세출은 332조2000억원으로 결산상 잉여금은 12조8000억원이었다. 다음해 이월액은 전년 대비 1조2000억원 감소한 4조8000억원, 불용액은 2000억원 증가한 11조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이 11조원 규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예산을 충실히 집행했다면 추경을 별도 편성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추경 예산은 99.8% 집행했다”면서 “매년 불용액이 본예산의 2∼3% 발생하는데 지난해에는 3.2%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결산상잉여금에서 차년도 이월금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일반회계 6조1000억원, 특별회계 1조9000억원 등 총 8조원이 발생했다.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금을 정산한 후 국가채무 상환 등에 사용된다. 65개 기금의 수입지출액은 643조원으로 전년 대비 59조7000억원 증가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6조9000억원(GDP 대비 1%) 흑자로 전년 대비 17조1000억원, 예산 대비 14조4000억원 개선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GDP의 -1.4% 수준인 22조7000억원 적자였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전년에 비해 15조3000억원, 지난해 예산안 대비 16조3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2011년(-13조5000억원) 이후 가장 적다.

이승철 국장은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했다기보다는 경제활동 증가, 비과세·감면 정비, 자산시장 호조세 등으로 세입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들어오면서 재정수지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 수입을 명목 GDP로 나눈 비율인 조세부담률은 당초 사상 최고 수준인 19.6%로 전망됐지만 잠정 집계 결과 19.4%로 추정됐다.

가처분소득比 가계부채 169%
한편 가계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6일 국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가계부채 상황 점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경제 규모 대비 총량이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2015년 말 자금순환통계 기준으로 OECD 회원국(35개국) 중 25개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169.0%로 평균(129.2%)보다 39.8%포인트 높았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2010∼2015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OECD 평균치는 0.5%포인트 떨어졌지만, 한국은 오히려 21.4%포인트나 올랐다. 미국(-22.6%포인트), 영국(-11.8%포인트), 독일(-7.4%포인트) 등 주요 선진국들의 하락세와 대조적이다.

또 2015년 말 기준으로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한국은 91.0%로 OECD 평균(70.4%)보다 20.6%포인트 높았다.

한국은 25개국 가운데 덴마크(133.0%), 스위스(126.5%), 네덜란드(123.9%), 노르웨이(100.9%), 캐나다(100.6%), 영국(93.0%)에 이어 7번째로 높았다.

2016년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총액은 1344조3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141조2000억원(11.7%) 증가한 규모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비율에서 한국과 OECD 평균의 격차는 더 커졌을 수 있다.

가계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비와 성장을 제약할 공산이 크다.

한은은 “가계금융복지조사, 국내외 연구결과 등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에서 가계부채가 이미 소비를 제약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가 소비성장 제약”
통계청, 한은, 금융감독원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전체의 70%나 되고 이 중 약 75%는 실제로 소비지출 및 저축을 줄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전체 가구 대비 비율로 환산하면 전체 가구의 50% 가량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소비와 저축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월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가 소비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보다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 보고서를 내놨다.

한은은 “최근 대출금리가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금융안정 리스크(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취약계층은 추가적인 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가구의 소득과 자산 측면에서 모두 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의 부채 규모는 2015년 4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62조원으로 늘었다. 고위험가구는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 규모가 자산평가액을 초과한 가구를 가리킨다.

다만, 한은은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가계부채가 상환능력이 양호한 계층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고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도 좋은 편이라는 얘기다. 한은은 올해 정부의 비은행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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