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포화상태 다다른 유통업계

이번 주의 기업 포커스는 유통 산업을 분석하는 기사로 준비했다. 그동안 한개 기업을 집중 분석해 왔는데, 이번에 기업이 아닌 산업을 들춰보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 현재 유통 업계 전체가 하나같이 공통된 대내외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 유통산업은 최대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면 국민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또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 중에 가계부채와 고령화 통계는 유통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유통은 물류의 흐름을 이야기하는데, 다시 말해 소비가 감소되는 추세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반대편에 있는 생산자, 즉 제조기업은 미래가 불투명해서 생산량을 줄이게 된다. 그러면 유통업계는 줄어든 물량을 판매하는 데에 있어 정말 피튀기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대형마트는 매일 대규모 할인행사를 하고 있고, 백화점은 세일을 반복하는 한편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편의점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상품 다변화를, 소셜커머스 기업들은 원가경쟁과 배송경쟁으로 24시간이 모자란다. 소비가 줄어 제조가 줄고, 유통물량이 줄고, 다시 소비가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면, 크고 작은 유통기업들이 픽픽 쓰러질 수밖에 없다. 과연 유통산업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백화점 : 올해 생존 싸움 본격화
유통산업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백화점의 경우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백화점 빅3사(롯데, 현대, 신세계)의 신규 출점과 함께 증축 등에 따른 반짝 효과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만 백화점 3사가 새롭게 출점한 곳은 무려 11곳이다. 이게 얼마나 많은 수치냐면, 2010~2015년까지 백화점 3사의 평균 출점 수는 3개 정도였다.

이와 함께 백화점들이 지난해 때 아닌 호실적을 거둔 원동력에는 정부가 진행한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할인행사를 정부가 붐을 일으키면서 백화점으로 해외 관광객(특히 중국)이 몰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은 전년과 대비해 20% 가까이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7.3%, 현대백화점은 5.6%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백화점은 유통산업의 전체 불황기조에서 벗어난 업계일까? 아닐 것이다. 올해는 백화점 업계가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전국 웬만한 도심 생활권에는 백화점이 2, 3개 있는 건 일도 아닌 상황이 됐기 때문에 백화점들은 새로운 출점을 최소화하고 내실 경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포화된 백화점 업계에서 서로 생존경쟁을 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말부터 백화점들이 서로서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속을 들여다 보면 실적하고는 전혀 연결이 안 되는 분위기다. 백화점 3사를 제외한 여타 브랜드 백화점은 더 속이 타는 심정일 것이다. 서울권에 있는 백화점은 국내 고객 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이 상당히 중요한 고객인데, 지난해 말부터 가중되는 사드 문제로 중국인 내방객이 줄어들면서 올해부터는 깊은 울상을 짓고 있다.

그리고 백화점은 유통 산업 중에서도 가장 유통 트렌드에 둔감하다고 할 수 있는데, 소비력이 떨어진 국민들이 온라인 구매로 돌아선 와중에 여전히 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전통적인 방안에 매달려 왔다는 것이다. 이제 수동적인 서비스에서 능동적인 서비스로 바뀌어야 할 순간이다.

그나마 늦었지만, 최근 들어 백화점도 ‘스마트쇼핑’이라고 해서 내방한 고객의 구매이력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엘봇, 현대백화점은 VR스토어, 신세계백화점은 S마인드라는 이름으로 ICT와 쇼핑을 접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백화점 고객들에게 여행용품, 미술품 등을 렌탈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고 한다.

대형마트 : 소셜커머스에 주도권 넘기나
우선 2000년대 들어 대형마트는 유통 산업의 불패신화로 올라섰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2000년 초반 대형마트는 10조원대 시장이었다가 금방 백화점 시장을 추월하고 2008년 3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연출한다. 그러다가 2012년부터 성장곡선이 꺾이면서 하향추세로 접어들었다.

고공비행을 하던 대형마트 업계를 하향추세로 끌어내린 이유야 여러가지다. 대형마트의 하향추세에는 정부의 신규 출점 제한이나 영업시간 규제 등이 갈수록 강화된 정책적인 측면도 있고, 2010년 넘어서면서 소셜 커머스가 유통 업계의 판도를 주도하면서 조금씩 밀려나가는 것도 있다.

주요 대형마트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그들의 속사정을 알 수도 있겠다. 최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3%대고,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대형마트의 최대적은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다.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박리다매를 경영원칙을 삼는다고 하는데, 일단 많은 물량을 싸게 파는 전략은 초대형 매장을 갖춘 마트 보다는 인터넷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소셜 커머스 쪽에 더 유리하다. 별도 매장관리나, 인력관리가 필요없기에 가격 경쟁력 면에서 대형마트 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맏형 격으로 잘 나가던 대형마트의 승승장구에 경쟁자로는 편의점 브랜드들도 있다. 애초에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덩치나 매출 면에서 대형마트의 우세 속에서 경쟁을 했다. 그러다가 최근 인구구조가 1인 가구 중심으로 변하면서 편의점이 대형마트를 대체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대형마트는 3, 4인 가구 중심으로 제품이 구성돼 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반면 편의점은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상품이 다양하다.

소셜 커머스와 편의점의 양쪽 공세에 대형마트는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요즘 대형마트들은 PB(자체브랜드 상품)와 HMR(가정식 간편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1인 가구를 겨냥한 브랜드들이라고 보면 된다. 
 
소셜커머스 : 성장통에 빠지다
지금 가장 뜨거운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는 누가 뭐래도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치고 올라온 대형마트의 공세가 떠오를 정도로 이 시장의 유통 지배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을 완전히 접수하고 이어 오프라인 시장까지 진출하는 업체들도 있다.

소셜 커머스의 선두주자격인 쿠팡, 위메프, 티켓몬스터의 외형은 나날이 번창 중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약 1조9100억원으로 2013년과 비교해 보면 무려 4000%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에 위메프는 395%, 티몬은 149%나 성장했다고 하니, 경기침체 속에서도 그나마 소셜 커머스 업계의 선전이 위안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급격한 외형 성장과는 대조적으로 소셜 커머스 빅 3사의 내실은 엄청난 적자로 허덕이고 있다. 대규모 적자에 빠져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소셜 커머스 빅 3사의 지난해 손실 규모가 무려 77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대규모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앞서 설명한대로 가격 경쟁력을 최대화하다 보니 거의 원가경쟁을 하게 되고, 여기에 천문학적인 배송 투자경쟁으로 서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기에 그렇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두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은데, 하루 만에 배송하는 혁신성은 있지만, 배송비용 면에서 일반택배와 비교해 가격이 무려 4~5배 비싼 단점이 있다. 일반택배가 1000원이면 로켓배송은 5000원 꼴이다. 이러면 많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위메프도 배송이 생명인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에 나섰다가 투자 손실을 보기도 했고, 티몬은 생필품 판매채널인 슈퍼마트에 마찬가지로 냉장냉동 식품을 추가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지으며 실적 부담을 안고 있다. 한마디로 소셜 커머스 업계는 온라인에서 시작해 점차 오프라인 영역으로 사업권을 넓히고 있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성장통’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소셜 커머스. 유통 산업을 이루는 각각의 기업체들은 서로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공세와 방어를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유통 산업의 원동력인 소비력이 되살아나기 전까지 업계간 경쟁과 기업간 경쟁은 정말 기업생존을 걸만큼 심각한 상황까지 치달을 것이다. 지금 유통 산업 안에서는 밤낮, 24시간 가리지 않고 수많은 기업들이 전투를 치르고 있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